비오는 이슬에 친구를 생각하며 1화
갑자기 비가 오네요…….
레녹스: 일찍 알아차려서 다행입니다.
네. 양들도 그렇게 젖지 않았고…….
마법관 근처 숲에서 레녹스와 함께 양들의 산책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비가 와서 우리는 서둘러 비를 피했다.
레녹스: 아마 소나기가 올 것 같은데, 그칠 때까지 조금만 더 이야기라도 하고 있을까요.
네.
……그러고 보니 요즘 무르가 준 '면영의 서' 에 마법사들과의 추억의 풍경을 그리고 있어요.
레녹스: 면영의 서?
풍경에 대고 마법을 걸면 그 경치를 그려주는 책이에요. 원래는 무르의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된건데, 무르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면서……. 벌써 몇 명의 마법사들과 그리러 다녀왔는데, 레녹스는 뭔가 추억 깊은 경치가 있나요?
레녹스: 추억이 깊은…….
예를 들면, 처음 임무를 하러 간 장소라던가…….
나무 그늘을 흔드는 빗소리에 깜짝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맞아. 그 장소는 이제……)
비오는 이슬에 친구를 생각하며 2화
레녹스와 남쪽 마법사들이 처음으로 임무를 간 비의 정원은 기억에 남을 만큼 아름다운 경치지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비의 정원은 콜린이라는 이름의 서쪽 마법사가 클로로스라는 개구리를 찾기 위해 만들어낸 곳이었다. 이미 그 마법사는 돌이 되었고, 그 경치를 만들어 내던 마도구는 이미 없다.
죄송해요, 레녹스. 무신경했어요……. 그 장소를 예로 들어버리다니…….
(콜린과 레녹스는 아는 사이야. 배려가 부족했어……)
레녹스: 사과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마침 비의 정원이 떠올랐거든요.
레녹스는 비를 우러러보며 온화하게 말했다.
레녹스: 그 정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더 이상 그릴 수 없지만, 저에게 마음이 가는 장소는 변하지 않습니다.
레녹스…….
레녹스: 그러니 괜찮다면 그 정원이 있던 황야를 면영의 서에 그리러 가도 될까요?
……물론이에요! 꼭 보러 가요.
며칠 후, 레녹스의 빗자루를 타고 남쪽의 탑에서 비의 정원이 있던 황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은 맑아서 다행이네요.
레녹스: 빗자루로 긴 여행을 부탁드려 죄송합니다. 피곤하지는 않으신가요?
엄청 편안해요. 상황에 따라 저를 빗자루에 태워주는 마법사가 다르기 때문에 스릴을 맛볼 때도 있지만…… 레녹스처럼 온화한 날기 방법이라면 안심할 수 있어요.
레녹스: 그런가요? 저는 말도 잘 못해서 심심하시다면 이렇게…… 스릴있게 날 수도 있어요. 회전한다던가…….
에에!? 회전인가요……. 어떡하지…….
(신경이 안 쓰이는 것도 아니지만……)
레녹스: 농담입니다.
에…….
레녹스: 알기 어려웠나…….
……아하하! 깜짝 놀랐어요.
레녹스: 죄송합니다, 놀래켜서.
아니요, 오히려 기쁘달까…….
레녹스: 기뻐?
네. 막 알게 되었을 때는 레녹스가 이렇게 농담을 하는 타입의 사람이라고 생각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같이 지내면서 꽤 장난스러운 부분도 있는 사람이구나를 알 수 있었어요.
레녹스: 장난스러운 부분, 인가요?
레녹스: ……현자님이 저의 그런 점을 마음에 들어하셨다면 다행입니다.
비오는 이슬에 친구를 생각하며 3화
레녹스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무사히 황야에 도착했다. 내려서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것도 없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지만……)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자 뺨에 차가운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레녹스와 함께 유혹하듯 하늘을 올려다본다.
레녹스: 비…….
하늘은 맑을 터인데, 살짝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비가 오네요. 아, 옷이 비에 안 젖네…….
레녹스: 비막이 마법을 걸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레녹스: 어제도 이걸 사용하는 것을 깜빡해서…….
아뇨,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레녹스와 천천히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레녹스: …………저기, 현자님. 조금만 눈을 감고 있어 주시겠나요?
? 네.
(뭐지……?)
레녹스: '포세타오 메유바'
레녹스: 현자님, 이제 뜨셔도 됩니다.
에……!
눈을 떠보니 조금 전까지 황야였던 경치가 비의 정원으로 변해 있었다.
어째서……. 없어졌을 텐데……?
레녹스: 그 날의 저의 기억을 믿고 마법으로 환영을 만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잠깐의 환상이니 만질 수 없고 꽃의 냄새도 느끼지 못하지만요. 이 풍경은 그림책에 그려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현자님과 함께 그 장소를 떠올릴 수 있다면…….
쏟아지는 비도 여러가지 색을 띠고 있다.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고 있으면 진짜 비의 정원에 다시 찾아온 기분이 든다.
(기왕이면 다시 한 번, 그때처럼 즐겁게……)
레녹스, 오늘은 그날처럼 비를 맞으며 이 정원 안에서 지내지 않겠나요?
레녹스는 조금 놀란 뒤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다.
레녹스: 감기 걸리지 않도록, 괜찮다면 이걸.
비막이 마법이 풀렸는지 빗방울이 피푸를 적셔간가. 대신 레녹스는 마법으로 내민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아, 이 웅덩이……)
문득 땅을 보니 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레녹스: 개구리처럼 생겼네요.
저도 딱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냥 우연일 수도 있다. 그래도 클로로스를 떠오리며 레녹스와 얼굴을 마주보며 웃었다.
레녹스, 이 웅덩이와 함께 면영의 서에 풍경을 그리는 건 어떨까요?
레녹스: 네, 찬성입니다
면영의 서를 펼치자 레녹스가 그것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레녹스: '포세타오 메유바'
레녹스의 마법이 걸리는 동시에, 면영의 서에 눈앞의 경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곳에는 역시 비의 정원은 그려지지 않았지만, 땅 곳곳에 있는 웅덩이와 비에 젖어 있는 황야가 햇빛에 비춰져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와아…… 너무 예쁘네요.
레녹스: 네. 감사합니다, 현자님. 현자님과 이렇게 이곳에 온 덕분에 새롭게, 또 아름다운 경치를 만날 수 있었어요.
레녹스가 웃고 나도 웃는다.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반짝임으로, 마치 우리에게 감사하는 것 같았다.
비의 정원의 모습이 책에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분명 언제까지나 그 경치는 우리의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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