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있으면 한 마리의 닭이 점점 주인의 발밑까지 온다. 부드럽게 얽히고 떠나지 않는다.
아하하, 귀엽네요.
시노: 아아, 맛있어보여.
히스클리프: 야, 시노. 닭들이 잘 따르네요.
가게 주인은 닭을 부드럽게 안아 눈을 가늘게 떴다.
주인: 저에게 있어서 이곳은 가게보다는 집 그 자체로…… 닭들도, 그들이 낳는 달걀도 저의 아이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 달걀을 부수려고 했을 때, 사실은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도, 기분이 좋지 않아서…….
가게 주인은 네로 쪽을 돌아본다.
주인: 경고했던대로, 부화하는 것은 마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적어도 태어나는 것이죠. 무리 사이에서, 밖의 세계로 나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껍질을 깨지 않은 채 숨이 막히는 것보다 훨씬 운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기회를 당신이 주셨다. 정말 감사합니다.
네로: ……그렇게 거창한 일은 하지 않았어.
감사의 말을 앞두고 네로는 입을 닫고 눈을 돌렸다. 어째서인지, 비가 내리기 전의 날씨처럼 흐려보였다.
그날 밤, 우리는 준비받은 방에서 각자 쉬기로 했다.
(……으음…….)
갑자기 예정이 바뀐 탓일까, 방도 침대도 청결하고 쾌적한데 누워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일단 자는 것을 포기하고 조금 밖을 걷기로 했다.
달이 선명하게 하늘에 떠있는 조용한 밤이다. 쓰다듬는 바람이 기분이 좋다.
(어라, 누가 있네……?)
정원을 걷고 있으면 연못의 가장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의 그림자가 두 개 보였다.
파우스트: 좋은 술이네.
네로: 조금은 마셔도 좋지.
파우스트와 네로다. 정원의 경치를 보면서 술을 마시고 있는 것 같다. 말을 걸어도 좋을까 고민하고 있으면 기척을 깨달은 파우스트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파우스트: 현자?
네로: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
잠이 안와서 조금 산책을 하려고요. 두 사람은 저녁 반주를 하고 계셨군요.
네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가게 주인이 답례로 몰래 술병을 줬거든. 식사 때 다같이 마셔도 좋았겠지만 북쪽 녀석들에게 발견되면 순식간에 다 마셔버릴 테니까.
파우스트: 나는 우연히 그 현장을 보게 되어서 말이야. 발설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그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아하하, 그런가요. 가게 주인 씨, 네로에게 고마워하고 있었으니까요.
네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부끄러워하는 것과는 다른, 뭔가 언짢아 보이는 얼굴이다. 낮에 가게 주인에게 감사 인사를 들었을 때와 같다.
파우스트: ……혹시, 이 가게에 와본 적이 있나?
네로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파우스트도 눈치채고 있던 것 같다. 여기에 오고나서 네로는 어딘가 불편하다는 얼굴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암운이라는 만큼 무겁지는 않지만, 회색의 우울한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것처럼. 네로는 눈썹을 숙이고 유리잔에 입을 댔다.
네로: 아니…… 와본 적은 없어. 옛날에 약간의 인연이 있어서 은의 달걀을 가진 적이 있었을 뿐이지.
에…….
파우스트: 그래?
네로: 아아.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좋은 추억은 아니야.
웃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마른 상태였다. 더 물어봐도 괜찮을까, 나도 파우스트도 조금 주저한다. 하지만 말할 생각이 없었다면 그는 어떠려나라고 말하면서 웃었을 것이다. 달이 나오는 밤은 어둡지 않지만, 비밀 이야기 정도는 숨겨준다.
……어떤 추억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렇게 물어보니 네로는 연못을 바라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로: 은의 달걀을 손에 넣은 것은 단순한 운이었어. 럭키라는 녀석. 소문은 잘 듣고 있었기 때문에 부화시키는 방법은 손에 넣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 마법으로 따뜻하게 정성스럽게 키우면 그 마법사가 마음의 안쪽에서 원하는 형태가 되어 은세공이 태어난다고. 나도 그 방법을 제대로 지켜서 손에 넣고 나서부터 계속, 부화하기 위해 기르고 있었어. 매일 마법을 걸고 따뜻하게, 인사하는 것처럼 손가락으로 두 번 두드린 후 자는 것이 일과가 되었을 정도로.
네로는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때때로는 얇게 웃고, 조금 침묵을 끼고. 그리고 문득 상처에 닿는 것처럼 목소리를 떨어뜨렸다.
네로: ……하지만, 어느 때 갑자기 무서워졌어. 이 달걀의 안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을까. 나는 내 손으로 무엇을 키우고 있는 걸까하고. 은의 달걀은 마음의 안쪽의 소망이 은세공이 된다. 그것은, 자신의 욕망이 형태가 되는 것과 똑같아. 나는 무서워진 거야. 마음의 안쪽에 숨어있는, 자신의 욕망과 대면하는 것에.
파우스트: …….
잠자는 밤을 일으키지 않도록 네로는 조용히 말했다. 우리도 그의 목소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듣고 있었다. 말할 때마다 한입 마시고, 네로의 잔은 점점 비워졌다. 그것을 잡은 채 아이러니하게 웃었다.
네로: 꼴사납지. 별로 괴물이 안에서 소리를 낸 것도 아닌데. 태어나는 것은, 단순한 은세공인데. 눈치채고 보니 귀여워했던 달걀을 다른 녀석에게 주고 말았어. 그 녀석은 엄청나게 기뻐하고 나 대신에 달걀을 기르겠다고 말했지.
파우스트: ……그 달걀에서는 결국 무엇이 태어났지?
네로: 태어나지 않았어.
에…….
네로: 불행의 사고로 깨진 것 같아. 그 녀석은 사과의 선물을 주었고, 나는 양도한 몸이니까 그렇구나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그것을 들었을 때는, 어리석다는 기분이 들었어. 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말이야. 달걀이 깨진 것에 화가 난 것이 아니야. 하지만…….
연못에 비친 둥근 달이 수면에서 느슨해지고 있다. 느슨한 바람이 날아와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사라졌다.
네로: 그때, 내가 달걀을 양보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태어났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날이 있어.
달밤 아래, 하늘에 빛나는 유리에는 다가갈 수없다. 두 잔째를 받지 않고 네로는 잔을 놓았다.
네로: 내가 겁쟁이가 아니었다면 분명 달걀은 깨지지 않았을텐데.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왔을텐데. 그 달걀이 그런 결말이 된 것은 내 탓이야.
……네로. 하지만…….
파우스트: 그건 너의 탓이…….
브래들리: 침울해져 있잖아. 역시 동쪽의 마법사다.
네로: …….
브래들리!?
어느새 나타난 브래들리가 술병을 빼앗아 들이켰다. 해적처럼 소매로 거칠게 입을 닦는다.
브래들리: 자학하지 마. 달걀은 그저 달걀일 뿐이다. 깨지는 것이 그 달걀의 운명이었던 거지. 네 녀석이 그 운명을 결정했다고 말할 셈이냐? 오만하네.
네로: ……뭐, 그렇네.
반박하지도 않고 네로는 약하게 웃었다.
7화
브래들리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베로를 보는 와인 레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브래들리: ……전부 포기했다는 거냐. 이미 지나간 것을 엉망진창으로 비굴한 변명으로 사용하면서. 그러면 그 달걀을 부화시키려고 한 건 뭔데. 그때의 죄를 갚겠다고? 그런 동정심 때문에 그 달걀을 부화시키면 구원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옛날에 깨져버린 달걀도, 네 녀석 자신도.
네로: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브래들리: ……자신 이외의 무언가에 기대하기 전에, 자신이 기개를 가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네 녀석이 마주할 생각이 없다면, 옛날의 달걀처럼 또 도중에 손을 놓고 말겠지.
브래들리는 그 이후로 입을 다물었고 네로도 등을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과 함께 어색함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때, 거친 발소리가 났다.
시노: 네로, 파우스트! 이런 곳에 있었나.
네로: 시노?
시노는 숨을 몰아쉬면서 어딘가 급해보이는 모습이었다.
파우스트: 무슨 일 있었나?
시노: 아까 히스와 달걀의 상태를 보러 갔더니 큰일이 났어. 빨리 가자고!
큰일……!?
시노: 이야기는 나중에 할게. 나는 가게 주인을 불러오겠어!
그렇게 말하며 시노는 달려나갔다.
어, 어쨌든 가보죠……!
네로: 아아……!
서둘러 달려가보면 쭈그리고 앉은 히스클리프의 등이 보였다. 조용해진 양계장의 안에서 열심히 주문을 외우는 목소리가 들린다.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땅에 손을 대고 격려하듯이 몇 번이나 마법을 걸고 있었다. 보면 조금 깨진 은 달걀이 떨어져 있었다.
네로: ……히스……?
우리의 기척을 알아채리고 히스클리프가 얼굴을 올렸다. 그는 도움을 청했다.
히스클리프: 어떡하지. 달걀이……!
잠깐 볼 생각으로 시노와 히스클리프는 거대한 달걀의 상태를 보러 왔다고 한다. 그때 땅에 떨어진 이 달걀을 봤다고 한다.
히스클리프: 오늘 우리가 와서 닭들이 흥분하고 있다고 주인 씨가 말했었지. 침착하지 못한 닭이 달걀을 떨어뜨린 것 같아…….
조금 높이 있는 잠자리에 눈을 돌리면 일부 달걀이 떨어져 있었다. 드물게 낳는다은 은 달걀이 모르는 사이에, 운 나쁘게 떨어진 듯하다.
히스클리프: 달걀에 금이 가서 이대로라면 죽어버리는게 아닐까 하고……. 고치는 마법을 걸고 있었어.
히스클리프는 강한 얼굴로 금이 간 달걀을 내려다 보았다. 만지고 싶지만 만지지 못하고, 갈 곳 없는 손이 공기를 건드린다.
파우스트: 초조하지 않아도 돼. 달걀에 마법은 잘 걸리고 있어. 깔끔한 한 수였다.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
시노: 히스, 괜찮아? 가게 주인을 데려왔어!
얼마 지나지 않아 시노가 가게 주인과 함께 돌아왔다. 가게 주인은 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은 달걀을 조심스럽게 건드려 상태를 확인했다.
히스클리프: 정말로 죄송합니다……. 저희가 시끄럽게 하는 바람에…….
가게 주인은 눈꼬리를 내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안색이 창백한 히스클리프를 위로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건넸다.
주인: 부디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울타리도 없는 자유로운 가금류입니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무언가의 탄력으로 깨지는 것은 때때로 일어나는 일이죠. 생명의 영업이기 때문에.
가게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금이 간 달걀을 쓰다듬었다.
주인: 하지만 이 달걀은 다행히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군요. 당신의 마법과 노력 덕분입니다.
손수건에서 꺼낸 달걀을 히스클리프에게 내민다.
주인: 받아주세요. 지금부터 이 달걀의 주인은 당신입니다.
히스클리프: 에? 아뇨 저, 그럴 셈은 아니었…….
브래들리: 괜찮잖아. 받아둬. 지금 받든 말든 어차피 보상으로 네 것이 될 거니까.
히스클리프: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직 임무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주인: 이 달걀은 당신 덕분에 살았습니다. 당신에게 키워지면 이 아이는 분명 매우 행복할 거예요.
히스클리프: …….
히스클리프는 달걀을 가만히 보고 양손으로 받았다. 아기를 안는 것처럼 어색하고 부드럽게.
히스클리프: ……감사합니다. 저, 소중히 키울게요.
스노우: 호오, 이것이…….
화이트: 히스클리프가 받았다는 달걀인가.
미스라: 헤에, 꽤 하네요.
오웬: 어떻게 속인 거야?
히스클리프: 소, 속이지 않았어.
소동으로부터 하룻밤 새벽 다음날 아침. 화제의 중심은 히스클리프가 얻은 달걀이었다.
네로: 어젯밤 떨어져서 금이 간 달걀을 히스가 마법으로 살렸어.
미스라: 흐응……. 브래들리, 달걀을 적당히 떨어뜨려 주세요. 제가 살릴 테니까.
브래들리: 어리석은 짓에 나를 말려들게 하지 마.
파우스트: 그건 이미 사기라고.
애초에 주인 씨가 눈앞에 계시는데요…….
처음 보는 은의 달걀에 북쪽 마법사들은 흥미를 가졌다. 부러움과 호기심, 다양한 뜨거운 시선이 모이고 있다.
오웬: 저기, 은의 달걀을 키우다니 동쪽의 마법사에게는 짐이 무겁지 않아? 망치기 전에 내가 맡아줄게. 자, 이리 넘겨.
시노: 그만둬. 히스의 달걀을 만지지 마.
오웬: 시끄러워, 강아지. 내가 상냥하게 말하고 있잖아.
시노: 알고 있어. 히스의 달걀이 부러운거지. 뭐, 보는 것만이라면 용서해 줄 수 있어. 보는 것만이라면.
오웬: 짜증나네…….
은 달걀을 손에 넣은지 얼마 안 된 히스클리프는 아침부터 가게 주인에게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달걀을 다루는 방법과 잘 키우는 요령, 지금은 마법을 사용하여 달걀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히스클리프: 으음…… 이렇게 말인가요?
주인: 맞습니다. 그대로 계속 해주세요.
스노우: 호오, 능숙하군.
화이트: 역시 동쪽의 마법사구먼. 섬세한 마법이 특기니까.
시노: 좋네. 그 기세로 더 칭찬해봐.
스노우: 히스 쨩, 대단해!
화이트: 히스 쨩, 천재!
시노: 흐흥, 기분 좋네.
히스클리프: 시노, 그만해…….
주인: 훌륭하군요. 실로 순조롭습니다. 이대로 키운다면 무사히 부화할 것입니다.
히스클리프: 감사합니다.
네로: 잘됐네, 히스. 너라면 분명 잘 될 거야.
히스클리프: 응, 그랬으면 좋겠다. 태어나는 것의 여부가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두근거려.
마법 덕분에 금이 사라지고 은빛 달걀에는 상처 하나 없다. 히스클리프의 양손에 지켜지면서 은의 달걀은 침묵하고 있다. 싹이 트는 것을 조용히 기다리는 것 같았다.
네로: ……그 달걀, 무엇이 태어날까.
히스클리프: 그러게……. 스스로도 전혀 모르겠어. 그래서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들어. 하지만…… 어떤 것이라고 해도, 태어나줬으면 해. 주인 씨가 그 거대한 달걀에 안고 있는 마음처럼.
네로: 그런가. 그렇지…….
은의 달걀 가게에 머문지 순식간에 며칠이 지났다. 여기에서의 생활도 조금 익숙해져 푹 자고 있던 이른 아침은 시노의 큰 소리로 시작되었다.
시노: 일어나! 그 거대한 달걀에 금이 갔어!
나도 마법사들도 바로 양계장으로 모였다.
……이건…….
브래들리: 드디어 등장인가.
거대한 은 달걀의 표면에는 어제까지 없었던 번개 같은 균열이 달리고 있었다.
8화
네로: …….
파우스트 / 히스클리프: …….
이른 아침의 공기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꽂혀있다. 그 조용함 속에서 마법사들도 가게 주인도 침을 삼키면서 그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스노우 / 화이트: ……나온다!
쩌적, 하면서 작은 소리가 났다. 그것을 계기로 표면의 균열이 단번에 달렸다. 은빛 껍질이 역할을 마친 것처럼 흩어지며 부서졌다.
주인: ……!
안에서 나타난 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사자와 비슷한 생물이었다. 늠름하고도 사나운 얼굴에 등에는 몸보다 큰 날개를 가지고 있다.
(……대단해…….)
눈을 빼앗겨 숨을 삼킨다. 무서운 느낌보다도 먼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신화에 나오는 짐승처럼 그 모습은 고귀하고 신성하다. 모두가 넋을 놓고 있던 그때, 사자는 크게 울부짖었다.
히스클리프: ……큭…….
네로: 짖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마력이라니……!
대기가 물결치고 느긋하게 피부가 떨린다. 달걀 속에서 자란 굉장한 마력. 그것이 지금 해방되어 가금류를 덮었다.
브래들리: 사이좋게 지낼 생각은 없어 보이는군.
사자는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흥분한 상태에서 곧바로 덮쳐올 것 같다.
미스라: 역시 마물이었네요.
오웬: 그러니까 빨리 부수자고 말했는데.
미스라와 오웬은 이미 마도구를 꺼내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노려보는 사자에게 채찍을 흔들듯이 오웬은 차갑게 웃는다.
오웬: 태어나자마자 죽다니 최고의 일생이지. 안심해도 돼. 빨리 끝내줄 테니까.
마물의 적의와 북쪽 마법사가 가져오는 차가운 살기. 방대한 마력이 부딪혀 폭풍같은 소용돌이를 감는다.
주인: 기다려 주세요……!
가게 주인이 제지의 목소리를 높인 그때, 무언가 깨지는 듯한 격렬한 소리가 울렸다.
시노: !?
지금 건……!
파우스트: 결계가 깨졌어. 방대한 마력을 견딜 수 없었던 거야.
히스클리프: 아, 마물이……!
한순간의 빈틈으로 사자는 몸을 돌려 양계장을 뛰쳐나와 순식간에 숲으로 사라져간다.
미스라: 도망갔네요.
주인: 아아, 그런……. 설마 결계 밖으로 나가다니……!
비명과 비슷한 목소리를 돌아보면 가게 주인의 안색은 푸르름해졌다. 그동안 항상 침착한 상태에 자세를 바로잡고있던 그가, 지금은 심하게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시노: 그렇게 당황하지 마. 숲으로 도망쳤다면 이곳은 안전해.
파우스트: 아아. 이 사이에 결계를 다시 친다면 가게는 습격당하지 않을 거다.
마법사들의 제안에 가게 주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주인: 아니에요. 제가 걱정하는 것은 튀어나간 그 아이…….
브래들리: 그 아이……? 방금 그 마물을 말하는 건가?
주인: 아뇨, 흉포한 마물이 아닙니다. 저는 알 수 있어요. 외형은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닭들과 같은 상냥한 눈을 하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누군가를 덮치는 일은 결코…….
흰 수염 밑에서 입술을 씹는 것이 보였다.
주인: 하지만 넓은 들판에 놓여진다면 그저 은세공의 괴물입니다.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죽을지도 모릅니다. 죄도 없는 갓 태어난 생물인데…….
시노 / 히스클리프: …….
주인: 이것은 가게를 위한 것이 아니고, 누군가를 위한 것도 아닙니다. 저의 이기심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 아이를 되돌려주실 수 있을까요? 본래 태어나지 못했을 목숨일지도 모르지만, 기묘한 순회를 거쳐 이렇게 생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부디…….
가게 주인을 머리를 숙였다. 그의 행동에서 감도는 것은 우아함도 예의도 아닌, 비원이다.
주인: 부디, 저 아이들을 구해주세요.
저 아이, 들……?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다가 우리는 알아차렸다. '거대한 재앙' 으로 양계장의 닭의 절반을, 이 사람은 잃고 말았다. 닭들의 목숨을 피워 자란 그 사자는 그에게 있어서 죽어버린 아이들 그 자체다.
주인: 부탁드립니다…….
반복된 목소리는 눈물이었다. 늙은 어깨가 떨리고 있다.
주인 씨…….
히스클리프: 빨리 쫓아가자……!
시노: 아아, 그 녀석을 잡아야해.
파우스트: 기다려. 히스, 시노…….
네로: 안 돼.
당장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두 사람을 네로가 막았다.
네로: 저 녀석의 마력은 상당히 강해. 잡으려고 해도, 죽이려고 해도, 우리들 동쪽의 마법사만으로는 힘들어.
히스클리프: 네로…….
네로: ……하지만 북쪽의 마법사가 있으면 이야기는 다르지. 부탁해. 당신들의 힘을 빌려줘.
미스라: 싫어요. 귀찮아.
오웬: 내버려둬. 어딘가에서 멋대로 죽으면 끝나는 거잖아.
히스클리프: 그런…….
떠다니는 실망의 공기 속에서 오웬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오웬: 왜 내가 너희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그 괴물을 죽이고 싶지 않아? 잡아달라고? 절대로 싫은게 당연하잖아. 오히려 그 녀석을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고 싶어졌어. 그렇게 되면 분명 억울하고 슬프겠지. 하하, 불쌍하게도. 비겁한 자신들을 저주하고 있어.
동쪽 마법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굳어진 그들의 얼굴을 둘러보고 브래들리는 코웃음을 쳤다.
마치, 정체된 공기에 바람 구멍을 뚫듯이.
브래들리: 어이어이, 동쪽의 마법사. 우리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정과 동정으로 낚으려고 한다면 상대를 잘못봤어. 거래가 하고 싶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가져오라고.
네로: 알았어. 만약 당신들이 협력해준다면 나의 은의 달걀을 줄게. 어때?
미스라 / 오웬 / 브래들리: …….
네로의 말에 조금 전까지 흥미가 없어보였던 북쪽의 마법사들의 모습이 바뀐다.
파우스트: 네로. 그런 거라면 내 달걀을 그들에게…….
네로: 됐어. 이건 나와 북쪽의 마법사의 문제야. 너는 불필요한 말은 꺼내지 말아줘, 선생.
파우스트: 하지만…….
브래들리: ……동쪽의 요리사. 네 녀석은 이곳의 달걀에 얼마나 많은 가치가 있는지 알고 말하는 건가?
네로: 물론. 그렇기에 당신들에게 상응하는 대가가 되겠지.
오웬: 흥. 은의 달걀 말이지…….
미스라: 뭐, 나쁘지 않네요.
브래들리: 아아, 거래 성립이다.
마법사들은 빗자루를 타고 사자를 쫓아갔다.
스노우: 시노여. 주인은 이쪽에서 지키고 있을테니 현자를 부탁하네.
화이트: 상대는 살기가 넘치는 사자다. 무슨 짓을 해올지 몰라. 혼란스러움에 갑자기 덮쳐올지도 모르네.
시노: 맡겨둬.
시노: 제대로 잡고 있어, 현자.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줄게.
네……!
사자의 마력을 느끼면서 숲의 위쪽을 날아 그 모습을 찾는다.
파우스트: ……찾았다! 저쪽이야.
9화
사자는 큰 나무의 뿌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쪽의 기척을 깨달은 순간 번개처럼 달려간다.
브래들리: 어이.
네로: 아아.
눈을 마주친 브래들리와 네로가 동시에 빗자루의 속도를 올렸다. 집단에서 튀어나와 두 사람이 선두가 된다.
브래들리: 팔은 둔해져있지 않겠지.
네로: 바보같은 소리하지 마. 지금의 나는 별거없는 요리사라고.
브래들리: ……흥. 다리나 당겨.
협의도 없이 네로와 브래들리는 두 쪽으로 나뉘었다. 숲을 달리는 사자는 토네이도 같았다. 잡초를 밟는 것처럼 나무가 쉽게 쓰러져 간다. 브래들리와 네로는 뒤에서 그걸 쫓아가고 있다.
브래들리: 자. 달리라고 괴물! '아도노포텐슴'
총을 들고 브래들리는 공포탄을 몇 발이나 울렸다. 하늘에 구멍이 열릴 것 같은 흉포한 소리가 두 번, 세 번 울렸다. 사자는 공격을 경계하고 네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네로: '아도노디스 옴니스'
예상했다는 듯이 네로가 공격을 가했다. 거대화한 커틀러리가 화려한 소리를 내며 지면에 찔린다. 사자의 퇴로가 막혔다. 사자는 점점 몰아붙여가며 도망칠 곳은 서서히 좁아져 험한 나무들이 자라는 울창한 길로 유도되어 갔다.
스노우: 마물의 속도가 떨어졌네!
화이트: 여기서 발을 묶어둘까. '노스콤니아!'
화이트는 눈부신 빛의 섬광을 발했다. 사자는 겁먹고 움직임이 한순간 둔해졌다.
스노우 / 화이트: 미스라, 오웬! 저 녀석의 마력을 무효화하는 걸세!
미스라: 숨통을 끊으면 되는 거죠? '아르시…….'
오웬: 그러면 죽잖아. 마법진으로 마력을 일시적으로 빼앗으면 돼. 설마 못하겠어?
미스라: 하?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 거예요?
오웬: 그러면 빨리 해. 실패해서 죽여버리면 너의 몫은 없으니까. '쿠레 메미니'
미스라: '아르시무'
오웬과 미스라의 주문이 겹친다. 사자의 발밑에서 마법진이 떠오르고 지면을 찢어 하얗게 빛났다. 사자의 체구를 둘러싸고 있던 폭풍같은 기색이 위로 올라갔다.
사자: 구아아아……!
사자는 크게 몸을 뒤흔들었다. 다시 도망치려도 다리를 움직이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만지는 것만으로도 무너지던 나무들은 무력화한 사자에게는 벽과 같았다. 부딪혀도 움직이지 않고 그의 길을 막는다.
파우스트: 히스, 지금이다.
히스클리프: '레프세바이브러프 스노스'
파우스트: '사티르크나도 무르크리도'
두 사람의 주문에 맞춰 나뭇가지가 사자를 향해 뻗어간다. 가지는 가늘어지고 그물 모양으로 미세하게 퍼져 사자를 감쌌다.
시노: 좋아, 잡았다.
해냈다……!
사자: 구우……!
감옥에 갇힌 짐승처럼 사자는 전신이 거꾸로 매달려있다. 스노우가 지키고 있던 가게 주인이 빗자루에서 내려오자 바로 사자의 곁으로 달려갔다.
주인: 아아, 다행이다. 무사해서……. 착하지, 착하지……. 놀랐구나. 무서운 일을 겪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이제 걱정할 필요는 없어.
사자는 처음에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위협했지만 주인이 말을 걸면서 점점 감싸는 공기가 완화해져간다.
주인: 괜찮아. 겁먹지 않아도 돼. 미아인 너를 맞이하러 왔어. 자, 나와 함께 집에 가자.
사자: ……킁…….
이윽고 사자는 고양이와 비슷한 울음소리를 냈다. 그 모습은 약하고, 의지하지 않고, 바람에도 무서워하는 아이처럼 보였다.
거짓말 같아……. 그렇게나 날뛰고 있었는데 ….
화이트: 저런 모습이지만 갓 태어난 것은 틀림없으니. 아이라는 것은 새로운 세계가 무서워서 울음을 내니까 말일세. 저 아이도 분명 불안했던 것이겠지. 하지만 이미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 알아낸 것 같군.
가지의 우리에 손을 넣고 가게 주인은 은색의 털을 쓰다듬었다. 사자는 머리와 날개를 문지르고 달콤하게 목을 울렸다. 가게 주인의 발밑으로 몰려온 양계장의 닭들과 어딘가 비슷했다.
주인: 정말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할지……. 결계까지 다시 쳐주셔서…….
파우스트: 이전보다 결계를 강화해 놓았다. 이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저 사자가 다소 날뛰어도 문제는 없겠지.
스노우: 반은 우리 아이들이 망가뜨린 거니까.
화이트: 약간의 서비스일세.
미스라: 감사하시라고요.
브래들리: 너는 아무것도 안했잖아.
은의 달걀 가게에 데리고 돌아온 사자는 태어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어른스럽게 가금류의 구석에 살짝 앉아있다. 은의 달걀에서 탄생한 탓인지 닭들과도 익숙해져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주인: 기다리셨습니다. 이쪽이 감사의 답례입니다.
무사히 해결한 답례로 은의 달걀도 받았다. 귀중한 보물을 손에 넣어 마법사들은 모두 기뻐보였다.
오웬: 이거, 오즈도 가지지 못한거지? 좋은 기분. 기사님에게도 보여줄까.
브래들리: ……미스라, 너 뭐하는 거야. 머리에 달걀을 올리고.
미스라: 잃어버리면 귀찮으니까요. 여기라면 잠들어서 부서지는 일도 없고,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오웬: 좋잖아. 바보 같아서.
스노우 / 화이트: 은의 달걀일세. 은의 달걀일세.
화이트: 기대되는군. 어떤 것이 태어날까.
스노우: 똑같은 은세공이 태어나면 좋겠군.
화이트: 소망이 태어난다고 하니, 무엇이 태어나도 원망하기 없기일세.
스노우 / 화이트: 호호호.
파우스트: ……왜 그래, 시노. 빤히 쳐다보고.
시노: 파우스트의 달걀보다 내 것이 더 작지 않아?
파우스트: 아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시노: 아니, 그렇다고 생각해. 네로, 조금 비교해보자.
네로: 괜찮다니까. 크기는 상관 없어. 중요한 것은 내용이니까.
시노: 확실히 그런가. 네로, 좋은 말을 하잖아. 파우스트,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크기가 아니야.
파우스트: …….
(모두 기뻐보여…….)
오래 산 마법사도 젊은 마법사도 똑같이 소리를 내면서 각각 은의 달걀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은 자신만의 은의 달걀. 강한 마력이라는 매력은 물론, 마법사의 마음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감개가, 이 달걀에는 있을 것이다.
히스클리프: 현자님.
모두의 모습을 보고 미소짓고 있으면 히스클리프가 옆으로 다가왔다.
히스클리프: 오늘 아침에는 당황해서 전하지 못했습니다만, 실은 기르고 있던 은의 달걀이 부화했습니다.
그런가요!?
목소리가 마음껏 튀어버렸다. 당황하고 볼륨을 떨어뜨리고 숨을 내뱉는다. 안도와 기쁨이 가슴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축하해요……. 히스가 열심히 기른 덕분이네요.
히스클리프: 감사합니다. 현자님에게도 꼭 보여드리고 싶어서…….
히스클리프는 품 안에서 달걀을 부드럽게 꺼냈다. 손 안에 있는 것은 표범의 모습을 한 작은 은색 상이었다.
와아, 멋지다……! 게다가 굉장히 아름답네요.
목소리를 내어 칭찬하자 히스클리프는 쑥스러워 보이지만 그 이상으로 기쁘게 웃었다.
히스클리프: 네로도 그렇게 말했어요.
10화
네로가?
히스클리프: 네. 제 달걀을 계속 신경 써줬으니까 태어났을 때 제일 먼저 네로에게 보여주러 갔어요. 그랬더니 대단해 대단해! 라며 매우 기뻐해줘서……. 마치 자신의 달걀이 부화한 것처럼. 너무 칭찬해주니까 저도 기뻐져서 선물하려고 했는데, 네로는 받지 않았어요.
그것은 히스가 키운 것이니까 히스의 것이다. 소중히 해라. 나는 내가 키우는 달걀을 소중히 할 테니가. 그는 히스클리프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랬군요…….
따뜻한 무언가가 차분히 올라온다. 나는 그것을 목의 안쪽에서 씹고 있었다. 젊은 히스클리프도, 나이가 있는 가게 주인도 한결같이 열심히 달걀을 지켰다. 히스클리프가 부화한 달걀도, 가게 주인이 애정을 기울인 달걀도, 네로가 놓아버린 달걀과는 다르다. 깨진 달걀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먼 과거, 손에서 놓아버린 네로의 마음은 조금 구원받았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달걀을 부화시켜볼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히스클리프: 하지만 네로는 결국…… 은의 달걀을 놓아버렸어요.
아…….
히스클리프가 눈을 슬프게 떴다. 그는 사자를 잡기 위해 북쪽 마법사에게 자신의 은의 달걀을 건넸다.
오웬: 자, 빨리 해.
미스라: 저는 기다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네로: 하하…….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네로 쪽으로 눈을 돌리면 미스라와 오웬이 바로 몰려갔다.
(모처럼 네로가 다시 은의 달걀을 키우려고 했는데…….)
브래들리: ……흐응?
뒤를 돌아보면 브래들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히스클리프와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 같다. 희미하게 웃으면서 브래들리는 네로에게 다가갔다.
브래들리: 어이, 동쪽의 요리사! 동쪽의 작은 녀석이 말한 것처럼 네 녀석의 달걀, 꽤 작아보이잖아. 설마 네 녀석에게 어울리는 불량품이라도 받은 거냐.
네로: 하!? 적당히 트집잡지 마. 네 것과 별로 다르지 않잖…….
네로: ……아니, 작은가. 자세히 보니까 확실히 엄청 작네.
브래들리: 아아. 그런 작은 달걀, 키워봤자 어차피 쓸데없는 것만 나오겠지. 삶아서 먹는 것밖에 가치가 없네. 북쪽의 마법사는 그런 달걀을 받을 정도로 낙담하지 않아. 그렇지, 형제?
오웬 / 미스라: ……. 확실히 ……?
(엄청 억지로 넘어갔다……!?)
네로: 너희들에게는 미안한 일을 했네……. 대신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마법관으로 돌아가면 좋아하는 걸 뭐든지 만들어줄게. 산처럼 쌓여있는 크림이나, 숯, 후라이드 치킨도. 이걸로 어때?
오웬 / 미스라: 산처럼…….
미스라: ……어쩔 수 없네요. 불량품의 달걀을 받아도 처리하는게 귀찮을 것 같고.
오웬: 너의 팔이 찢어질 정도로 크림을 잔뜩 만들어줘야 할 거야. 기대하고 있어.
북쪽 마법사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히스클리프와 함께 안심하며 숨을 내뱉는다.
히스클리프: 다, 다행이다……! 네로가 제대로 달걀을 키울 수 있게 되었어요.
네. 그런 것 같네요……!
미스라와 오웬이 그 자리를 떠난 후 브래들리는 뻔뻔스럽게 어깨에 팔을 걸치고 네로가 가지고 있는 은의 달걀을 바라본다.
브래들리: 아쉽네. 네가 필요없다고 말했으면 예정대로 내가 가져갈 생각이었는데.
네로: ……하지만 정말 괜찮으려나. 이걸 내가 키워도…….
네로의 말에 브래들리는 의미심장하게 눈을 돌렸다.
브래들리: 아까도 말했잖아. 그런 작은 달걀을 받지 않는다고 북쪽의 마법사는 낙담하지 않아. 괴물이 태어나지 않게 잘 기도하고 있으라고, 동쪽의 요리사.
네로: ……시끄러워.
그렇게 웃으며 브래들리는 기분 좋게 떠나갔다. 싫다는 듯이 말했던 네로의 입가에도 희미하게 미소가 떠오른다. 네로는 달걀을 살짝 내려다보며 손끝으로 두 번 두드렸다.
네로: ……잘 부탁해.
동쪽 나라의 임무에서 돌아온 며칠 후.
네로: 현자 씨, 지금 잠깐 괜찮아?
네로? 네, 들어오세요.
네로: 아니, 여기서도 괜찮아. 용무가 끝나자마자 주방으로 돌아갈 거라서. 실은, 그때의 달걀이 무사히 부화했거든.
에, 은의 달걀이요?
네로: 맞아. 그러니까 당신에게 보여주려고.
앞치마로 손가락을 닦은 후 네로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아.
무심코 숨을 삼킨다. 나타난 것은 작은 디저트 스푼이었다.
대단해……. 예쁜 스푼…….
네로: 역시 은의 달걀에서 나온 은세공을 달라. 이렇게 질 높은 스푼은 별로 없거든.
네로가 말한대로 한눈으로 상급의 질이 전해지는 아름다운 스푼이었다. 화려한 장식은 거의 없지만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네로: 이거, 당신에게 줄게. 아이스크림을 먹기에는 딱 좋지?
에? 그런. 네로가 모처럼 기르고 부화시킨 건데…….
네로는 손가락을 올렸다. 그의 마도구인 커틀러리가 둘러싸듯이 나타난다.
네로: 나는 괜찮아. 익숙한 도구가 있으니까. 게다가…… 나의 은의 달걀은 무사히 태어났어. 그래서 목적을 이룬 것 같고, 마음의 미련이 없는 것 같은……. 뭐, 어쨌든 만족했어.
네로는 깔끔한 얼굴로 웃었다. 이제 비가 내릴 것 같은 얼굴도, 밤의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의 얼굴도 아니었다. 네로가 안고 있던 상처 입은 굳은 껍질도 은의 달걀과 함께 부화하여 깨진 것이다.
……고마워요. 스푼, 소중히 여길게요. 네로의 마음과 함께.
마음을 담아 감사를 전하자 네로는 간지러운 듯한 얼굴을 하고 방을 떠났다.
……정말 예쁜 스푼이네.
창문에서 비추는 빛에 스푼을 들여다본다. 반짝반짝 빛나고 하늘에 떠있는 달처럼 백은의 반짝임을 발하고 있었다. 은의 달걀은 키운 마법사의 소망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 스푼은 네로의 마음으로 따뜻해져서 태어난 것이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은, 요리사로서의 마음일까. 하지만 그렇다면 조리기구가 더 자연스러울 텐데…….)
그때 문득 히스클리프가 가르쳐준 부적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린이와 여행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실버 스푼.
(설마…….)
부엌에 서있으면서 네로는 마음 속에서 언제나 바라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자신의 요리를 먹어주는 사람들의 무사를. 아무 일도 없이 건강하고, 편안하고, 언제까지나 무사한 나날을 보내주었으면 한다고. 달걀을 감싸듯이 스푼을 부드럽게 잡았다. 손바닥의 온도에 익숙해져 온화하고 따뜻하다. 그것은 네로의 요리를 입에 넣었을 때의 기분과 같은 따뜻함이었다.
(……다른 마법사들의 달걀도 슬슬 부화할 때지.)
그들이 따뜻하게 키운 달걀은 어떤 은세공이 되었을까. 어떤 소망이 달걀에서 부화했을까.
모두에게 물어보러 가볼까?
나는 스푼을 꺼내고 가슴이 울리는 것을 느끼면서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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