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마법관 생활도 이제 많이 익숙해 졌는데…… 공동생활에 반대했던 마법사들은 괜찮을까……?
어라……? 파우스트와 중앙 나라의 사람들……?
파우스트: 필요 없다고 했잖아. ……이봐, 기다려! 마음대로 두고 가지 마…….
무슨 일인가요, 파우스트. 방금 그 사람은…….
파우스트: 현자…….
와아…… 너무 예쁜 달밤의 그림! 웃고 있는 청년은 파우스트군요!
파우스트: 사람 잘못 봤어. 내가 아니야. 저 노인이 멋대로 나라고 생각해 이 그림을 놓고 갔어. 국보를 반출하다니 큰 죄일텐데…… 그 각오도 되어 있다고 말하고…….
국보……? 이 그림은 누가 그린 건가요?
파우스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씁쓸하게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림을 노려보고 있다. 나는 파우스트의 무서운 얼굴과 그가 가지고 있는 그림을 번갈아 가며 살펴보았다. 은빛 초승달이 빛나는 검푸른 밤하늘 아래, 오렌지색 모닥불 옆에서 즐겁게 춤추고 있는 청년이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다. 안경도 안 끼고 검은 색도 아니지만, 우아하게 춤추는 청년의 얼굴은 파우스트와 비슷했다.
▶ 파우스트죠.
파우스트: 아니라고 했잖아.
하지만 엄청 닮았어요. 가끔 웃을 때도 이런 식으로…….
파우스트: 나는 웃거나 하지 않아.
▶ 파우스트가 아니죠.
파우스트: 왜 그렇게 생각하지.
모습은 비슷하지만…… 파우스트는 이렇게 춤추거나 하지 않잖아요. 왠지 모르겠지만. 그렇죠.
파우스트: ……시끄럽네.
파우스트는 한숨을 내쉬며 아까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파우스트: ……이 그림을 그린 건 중앙 나라의 초대 국왕, 알렉 그랑벨이다.
2화
초대 국왕? 왕이 그림을 그렸나요? 엄청 잘 그린다…….
파우스트: 뭐가 대단해. 초심자의 낙서다. 건국 전투에서 한쪽 팔을 잃을 때까지 화가 지망생이었……
무뚝뚝하게 굴면서도 파우스트는 알렉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하다. 사람을 잘못 봤다고는 하지만, 알렉과 파우스트는 아는 사이 였을것이다.
(……파우스트는 동료였던 알렉이라는 사람에게 화형을 당했다고……)
……그 사람은 왜 이 국보를 파우스트에게 전달하러 왔나요?
파우스트: 중앙 나라의 성직자로, 첫눈에 봤을 때부터 이 그림에 심취해 있었던 것 같다. 처벌을 각오하고 들고 나왔다고 했어. ……왕가의 전설이라는군. 초대 국왕은 숨을 거둘 때까지 이 그림을 나…… 파우스트에게 주고 싶어했다고.
파우스트는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어 떨리는 손가락을 그림에 잠기게 했다. 그의 몸 주위에서 탁탁 불똥이 흩날린다. 평소에는 아름다운 보라색 눈동자가 격한 감정을 참고 선명하게 불타고 있었다.
파우스트: ……어디까지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남자일 셈이냐. 국보건 뭐건 내 알 바 아니야. 이런 그림, 태워주지.
파우스트…….
그의 오른손에 보라색 불꽃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는 그림을 불태우지도 않았고, 짓밟지도 않았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그림이 보이지 않도록 뒤돌아 안고 서 있다.
파우스트: ……젠장…….
파우스트는 동쪽의 마법사다. 동쪽의 마법사는 사람을 싫어하고, 음침하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그는 저주꾼이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일찍이, 그는 많은 사람에게 사모받았던 영웅으로, 성자라고까지 불렸다고.
(도대체 파우스트는 어떤 사람일까……?)
3화
실례합니다, 파우스트. 있나요?
파우스트: 뭐지.
지금 현자의 서를 쓰고 있는 중이거든요. 여기 있는 마법사의 모두를 자세히 적어놓으려고.
파우스트: 어째서.
혀, 현자는 언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지 모르는 것 같아서……. 무슨 일이 있을 때를 위해 파우스트도 들려줄 수 있나요? 잘하는 거나 못하는 거, 하고 싶은 거나 하고 싶지 않은 거.
파우스트: 필요없어. 돌아가 줘.
자, 잠깐……! 아, 맞다! 선물이 있어요!
▶ 고급 술이……
파우스트: 뇌물은 받지 않아. 돌아가 줘.
▶ 고양이 키홀더가……
파우스트: ……어디서 구했지.
중앙 나라의 잡화점에서……. 괜찮다면 드릴게요!
파우스트: 됐어, 내가 사러 갈테니까. ……아니, 필요없어. 필요없으니까.
파우스트: 맞다. 헛걸음 하는 건 불쌍하니 이걸 가져가도 돼.
이…… 이건 알렉 초대 국왕이 그린 파우스트의 그림……. 못 받아요, 이런 소중한 거!
파우스트: 그렇다면 고양이의 스크래치라도 해. 그럼.
아…… 파우스트에게 이야기를 듣는 건 꽤 어려울 것 같네…….
(……어쩌지, 이 그림…….)
4화
레녹스: 현자님, 큰 짐이네요. 제가 들겠습니다.
레녹스…….
레녹스: 이건 그림인가요? 어딘가에 장식할거라면 도와드려…….
레녹스는 손에 든 그림을 바라보며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레녹스: 이건 파우스트 님……. 알렉 님이 그리신 거군요. 무슨 일인가요, 대체…….
역시 그랬었군요. 파우스트는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레녹스: …………자…… 자세히 보니 잘못 본 것 같기도…….
아……! 파우스트에게는 비밀로 해둘게요!
레녹스는 옛날부터 파우스트의 종자였던 모양이다. 주군이 숨긴 것을 다 털어놓는 격이 되어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의 옆에 서서 그림을 들여다보았다.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 레녹스는 점점 그리운 표정이 되어간다.
옛날의 파우스트는 이런 느낌이었나요?
레녹스: ……그렇, 네요.
의외다……. 모닥불에 둘러싸여 춤추기도 했었군요.
레녹스: 그 무렵은 전란의 시대였으므로…… 목숨을 건 싸움 전에도, 승리를 손에 넣은 후에도 그다지 사치를 부릴 수가 없었습니다. 동료들과 모닥불에 둘러앉아 잔치를 벌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거든요. 술을 마시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레녹스는 그림의 청년에게 손을 얹었다. 그림은 건드리지 않고 윤곽을 부드럽게 따라간다. 그 손길에는 존경과 그리움이 담겨져 있었다.
레녹스: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다운 분이셨기에, 파우스트 님은 춤도 잘 추셨어요. 소심한 편이셔서 좀처럼 보여주지는 않으셨지만, 모두 파우스트 님의 춤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알렉 님은 재주가 좋으셔서 뭐든 척척 연주하시고, 노래도 잘하셨어요. 두 분이 잔치에 모이면 흥이 나곤 했습니다.
레녹스의 말에 나는 상상했다. 모닥불의 불꽃을 둘러싼 군세의 중심에서 파우스트와 알렉이라는 젊은이가 웃고 있는 것을. 인간도 마법사도 모닥불의 불꽃을 바라보며 서로 믿고 어깨를 맞대고 있는 광경을.
5화
……어째서 알렉 씨는 파우스트를 처형하려고 했던 걸까요.
레녹스: 모르겠습니다……. 오른팔을 잃은 것을 계기로 사람이 변했다는 소문도 있더군요. 군이 강해짐에 따라 알렉 님의 주위에는 아첨을 하거나, 마법사의 불상사를 밀어 다가오는 자들도 늘어갔습니다. 파우스트 님은 어설푼 분이시니까 정치적인 사전 공작은 서툴렀죠. 점점 알렉 님으로부터 멀어져가서…… 소꿉친구들끼리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마법사 집단의 두목으로 찍혔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우정이 사라져가는 이야기에 슬픔을 느끼며 나는 그림을 바라보았다. 알렉 씨는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 잃은 친구의, 잃은 미소를.
레녹스: ……왼팔로 그린걸까. 알렉 님은 계속해서 후회하셨겠죠. 파우스트 님을 의심하게 된 것을. 중앙의 나라에서는 화형 얘기가 역사책에서 사라져있습니다. 파우스트 님은 건국에 협력한 성자라고……. 그래서 파우스트 님을 기리는 성당이나, 파우스트 님께 감사를 드리기 위한 축일이 중앙의 나라에는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서나 리케가 파우스트를 알고 있었군요…….
파우스트는 싫어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상처받고 앙금이 남는 상대에게 성당을 세워지거나 공휴일이 만들어지고 싶지 않다. 이 그림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강요는 했지만 버리거나 태우지는 않았다.
(알렉 씨의 그림, 파우스트에게 돌려주자……)
파우스트는 성실하고 상냥한 사람이다. 그래서 알렉 씨에 대한 그런 마음도 미움만 있을 수는 없다. 진실하게, 깊게 사랑했던 것에 배신당하고, 사과하는 대신에 그림이 그려지고, 재회를 원하고, 쉽게 깨질 리가 없다. 인간도 마법사도, 복잡하다.
6화
파우스트…… 있나요?
파우스트: …….
파우스트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었다. 내가 안은 그림과 나를 쳐다보며 가볍게 숨을 내쉰다.
파우스트: ……강요해서 미안하다. 너도 곤란했겠지. 내가 맡을게.
아…….
파우스트: 현자의 서에 대한 것도 미안해. 동료의 정보를 알아두고 싶은 건 지도자에겐 당연한 일이야. 너 나름대로 현자의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시작한 일인데, 지난번의 내 태도는 부주의했어. 미안해.
파우스트를 설득하려고 벼르고 왔는데, 만나자마자 사과해서 나는 긴장이 풀렸다. 진지한 파우스트의 얼굴을 응시한다. 무뚝뚝하고 냉담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그는 언제나 진지한 사람이다. 밤에 빛나는 은빛의 가는 초승달처럼 날카로운 칼날의 차가움을 상상하면서도, 섬세하고 아름답고 상냥하다. 그래서 나는 그가 좋다. 나는 볼을 풀고 웃기 시작했다.
파우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나요?
파우스트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손으로 방문을 열며 반겨준다.
파우스트: ……좋아, 들어와.
여기가 파우스트의 방…….
▶ 이 나이프는……
파우스트: 아아, 밟지 않게 조심해. 다치지 않도록.
(상냥해……. 아니, 상냥한 사람은 칼을 꺼내지 않지……?)
▶ 이 짚인형은……
파우스트: 만지지 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장담 못 해.
(뭐가 일어나는거지……)
▶ 거울이 많네요.
파우스트: 자신의 모습은 자신의 교훈이 되니까. 흥…… 지금은 훈계할 필요도 없으니 타락하는 자신을 관찰할 뿐이다.
(자학적이네……)
파우스트: 앉아.
파우스트는 나를 의자에 앉히더니 향긋한 약초의 차를 내주었다. 내 정면에 걸터앉아서 양손에 깍지를 낀다.
파우스트: 뭐부터 이야기하면 되지.
아…… 간단한 자기소개를 들려주세요. 대답하기 어려운 건 대답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파우스트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파우스트: 그런 식으로 묻는다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아. 여기까지 와서 손을 풀지 마라.
아, 알겠습니다.
파우스트는 미소를 지었다. 음침한 눈매에 표정이 흐려지기 쉽지만, 그는 매우 품위 있고, 청렵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파우스트: 뭐야.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7화
파우스트: 파우스트 라비니아. 400년 정도 살아왔다. 평소 저주꾼의 일을 하고 있어.
저주꾼이라니……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파우스트: 저주를 주고 행운을 내려. 행운이 주어지는 기회를 빼앗아서 불운이 다가오기 쉽게 만든다. 직접적으로 저주를 걸어 죽일 수 있지만, 원한을 사는 인간들은 이 정도면 충분해. 스스로 몸을 망치니까.
마법사를 저주하는 일은 없나요?
파우스트: 없는 건 아니지만, 마법사를 저주하고 싶은 놈은 인간 뿐이다. 인간의 편을 들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리고 마법사를 저주하면 저주가 되돌아올 위험도 있다. 강한 마법사들은 대비도 하고 있으니까.
과연…….
▶ 어떤 손님이 오나요?
파우스트: 다양하게. 하지만 난 손님을 골라. 모든 의뢰를 다 받는 건 아니니까. 누군가를 저주하고 싶은 자는 대개 영혼에 상처가 나 있다. 하지만 저주를 실행하면서 영혼을 더 상하게 되는 자도 있기 때문에…… 그런 상대는 되돌려 보내. 거꾸로 원한을 사도 귀찮으니까.
▶ 알렉 씨를 저주해 본 적은 없나요?
파우스트: …….
죄송합니다…….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들어서, 제일 저주하고 싶은 상대라고 생각해…….
파우스트: ……저주할까 망설이다가 죽었어. 인간의 수명은 짧군……. 인간으로서는 오래 산 부류일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너무 빨랐어.
대답해주셔서 고마워요……. ……다음은…… 잘하는 것이나 못하는 것은 뭔가요?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것도…….
파우스트는 생각하듯 시선을 비스듬하게 돌렸다.
파우스트: ……특기는 행운 조작이나 약초의 조합. 싫어하는 건 중앙의 나라, 약한 자, 속는 자. 좋아하는 건 딱히 없어.
아!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히스클리프한테서…….
파우스트는 눈가를 물들이고 창밖을 노려보며 턱을 괴었다.
파우스트: 그 녀석, 쓸데없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전 고양이를 좋아하거든요.
파우스트: 그런가.
기르지는 않았지만 동네 고양이랑 맨날 놀았어요. 귀엽죠, 마음대로 따라와서.
파우스트: 뭐 그렇지.
(역시 좋아하는군……)
8화
파우스트의 마도구를 보여줄 수 있나요?
파우스트: 아아.
파우스트가 손을 들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커다란 거울이 나타났다. 약간 겁이 나는, 오래되고 훌륭한 거울이다.
이 거울은 어떤 건가요?
파우스트: 어렸을 때, 마을로 찾아온 여행자 마법사가 우리 집에 두고 갔어. 반성할 일이 있을 때마다 거울을 향해 기도했다. 그러다가 신기한 힘이 깃든 거야.
나그네가 두고 간 거울……. 마법사라는 건 자란 마을에서 숨기지 않았나요?
파우스트: 숨기고 있었지만, 들켰어. 마법사여서 그런걸지도 모르지. 알렉에게도 들켰…….
그 이름을 말하는 순간 아차 하는 얼굴로 파우스트는 몹시 언짢아졌다.
파우스트: ……소꿉친구에게도 들켰다. 그는 퍼뜨리지는 않았지만 별난 놈이었어. 내 비밀을 지키면서 인간과 마법사가 싸우는 건 이상하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지. 손을 잡으면 강해질 수 있어. 지배자나 도적들로부터 평화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 서로 협력하면 된다고. 그 사상에 이끌려 사람도 마법사도 어느새 그를 사모하고 모이게 되었다. 사람과 마법사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파우스트: 그때 쯤에는 내 정체를 밝히고 있었다. 숨길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고 파우스트는 입을 다물었다. 무거운 침묵이 방안의 공기를 침전시켜 간다. 몇백 년 동안 문을 닫은 곰팡내 나는 지하실 같았다. 나는 화제를 바꾸려고 입을 연다.
피가로와도 사이가 좋죠. 어디서 그를 알게 되었나요?
화제 전환을 잘못 잡은 것 같다. 파우스트는 힐끗 나를 노려보았다.
파우스트: 안 친해.
9화
아…… 그게…… 안면이 있는 것 같아서.
파우스트: 알레…… 내 소꿉친구 군사를 움직이던 중 강한 마법사가 있다고 해서 협조를 구했었다. 나는 거의 독학이었기 때문에 나를 지도할 오래된 지식을 가진 인물을 원했었지. 우연히 그 남자가 맞아 떨어졌을 뿐이야.
그러면 파우스트 쪽에서 피가로를 만나러 간 건가요?
파우스트: 안되나?
아뇨! 그런 의미가 아니라…….
파우스트: 훌륭하신 분처럼 보였어. 당시에는 전설이었던 오즈와도 안면이 있다고 들었고. 피가로 님은 지식도 풍부하고 가르치는 방법도 능숙했다.
초조하고 빠른 말투로 파우스트가 말한다. 파우스트는 몰랐겠지만, 그가 피가로 님이라고 부른 것에 나는 놀랐다.
파우스트: 나도 처음에는 존경했었다. 적당히 경박하고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건, 내가 화형에 처해 틀어박힌 뒤였지.
그, 그래도 파우스트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파우스트: 걱정이었다면 나를 찾아왔었겠지. 걔는 그렇게 안 했어. 그게 답이다. 말을 잘 할 뿐이야.
피가로는 조금 귀찮은 곳이 있으니까…….
파우스트: 아하하. 알렉이 불태운 뒤의 나는 귀찮음 덩어리였겠지.
그, 그런 말 하지 말아요. 그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냥 둔 걸지도 모르잖아요. 파우스트가 가지고 있는 알렉 씨의 그림 처럼.
내 말을 듣고 파우스트는 입을 삐죽였다. 수다를 떨기 전보다 조금 더 편안해진 당황스러움을 알렉 씨의 그림으로 돌린다. 그의 어깨가 아주 조금이나마 가벼워진 것 같아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파우스트: 정말이지, 저런거……. 어쩌란 거야. 내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극찬을 할 줄 알았던걸까?
그래도, 좋은 그림이에요.
파우스트: 흥…….
알렉 씨의 그림을 바라보며 파우스트는 다리를 꼬고 쓴웃음을 지었다.
10화
마법을 부린건지 둥실둥실 방 안을 포도주 병과 잔이 춤을 추듯이 탁상까지 날아온다. 마시고 싶은 마음이 된거겠지.
파우스트: 확실히, 실력은 올라간 것 같군. 마을에 있을 때 그리던 그림보다 더 잘 그린 것 같아. 물감이 비싼 탓인가.
모델이 좋아서 그래요. 이 파우스트, 상냥해보여서 아름다워요.
와인의 코르크가 뽑히기를 기다리고 나는 병을 잡았다. 파우스트의 잔에 술을 따른다. 건배라고 하지도 않고 잔을 든다.
파우스트: 미화된거야. 이렇게 상냥하게 생긴 적 없어.
어떤 느낌이었나요?
파우스트: 항상 화냈었지. 알렉은 막무가내였으니까.
아서같아.
파우스트: 정말이지, 싫은 인연이 따라다니고 있어.
파우스트는 웃으며 잔을 기울였다. 어깨를 맞대는 듯한, 기분 좋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 그림, 어떻게 할 건가요?
파우스트: 당분간은 술 안주로 삼아야지. 국보를 안주로 삼는 건 기분이 좋아. 흥…… 꼴 좋다.
나는 보고 싶었다. 멋진 음악이 나와 진심으로 믿었던 사람들과 모닥불의 불꽃을 바라볼 수 있는 밤이 올 때를……. 약간 취한 파우스트가 일어나 잔을 누군가에게 맡기고 춤을 추는 것을. 그걸 보고 웃으며 손장단을 치는 나의 모습을.
언젠가, 초승달 아래에서.
'魔法使いの約束 > 친애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짓궂은 탐구자] 무르 하트 (0) | 2021.04.01 |
---|---|
[새장과 사랑의 이야기] 라스티카 페르치 (0) | 2021.03.21 |
[흔들리는 존재 사이에서] 네로 터너 (0) | 2021.02.21 |
[화해의 꽃다발] 시노 셔우드 (0) | 2021.02.19 |
[약속의 딜레마] 히스클리프 블랑셰 (0) | 2021.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