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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法使いの約束/2024 이벤트 스토리

[달에게 사랑받는 세계에서 당신과] 6화~10화

6화

 

루틸과 레녹스의 원수처럼 브래들리 앞에 뛰어오른 것은 미틸이었다. 들뜬 표정으로 빗자루에 타면서 마도구인 병을 소중히 움켜쥐고 있다. 브래들리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내 표정을 굳히고는 장총을 겨누었다.

 

브래들리: 어이, 남쪽의 작은 녀석. 부주의하게 내 앞에 서지 말라고. 나를 방해한다면 적이다. 아이라고 봐주거나 하지 않아.

 

미틸: 필요 없어요! 나 …… 나는 적이니까!

 

브래들리: 흐응. 그래?

 

미틸: '오르토니크 세아르시스피류…….'

 

아……!

 

피가로: '폿시데오'

 

미틸이 마법 주문을 외우다가 혀를 씹었다. 나는 비명을 질렀고 피가로는 주문을 외웠다. 순간, 브래들리의 몸이 창백한 서릿발에 뒤덮인다.

 

브래들리: 커헉……!

 

피가로: 미틸, 다시 해 봐.

 

미틸: 네……! '오르토니크 세아르시스피류…….' ……. '오르토니크 세아르시슈…….' …….

 

힘 내요!

 

피가로: 아침이니까 혀가 잘 안 돌 거야. 아침에는 온몸의 근육이 단단하니까.

 

그가 응원하는 동안 브래들리의 몸을 덮고 있던 서릿발은 연기처럼 사라져있었다.

 

브래들리: ……차갑잖아 ……! 너, 좀 더 남쪽 마법사다운 공격을 하라고!

 

피가로: 이쪽도 잠이 덜 깨서. 이른 아침이니까. 미틸,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연습한대로 해봐.

 

미틸: 네! ……'오르토니크…….' '오르토니크 세아르시스피르쳬!'

 

그 순간, 미틸의 마도구 병이 옅은 빛에 휩싸였다. 병 속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민들레의 솜털 같은, 녹색의 부스스한 것이었다. 브래들리의 얼굴이 파래진다.

 

브래들리: 이게 뭐야!? 너……!

 

미틸: 누룽지 풀이에요! 오늘 쓰려고 열심히 모았……. ……에취!

 

브래들리: 아하하! 스스로 들이마시……. ……에, 에취!

 

브래들리는 사라졌다.

 

피가로: 축하해, 미티……. ……엣취!

 

해냈네요! ……엣취!

 

미틸: ……에, 에취! 죄송해요! 너무, 많이 따버려…….

 

미틸의 목소리가 번개 소리에 지워진다. 다음 순간, 나는 오즈의 품 안에 있었다.

 

오즈!?

 

오즈: …….

 

오즈는 저희 편이죠? 오즈에게 나를 전달하는 훈련이었지…….

 

스노우: 방해역인 북쪽의 마법사가 태평하게 놀고 있으니 말일세.

 

화이트: 오즈도 방해역으로 들어갔네.

 

그런가요!?

 

오즈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알고 있는지, 모르는 건지. 표정에 걱정이 된다. 그건 쌍둥이도 마찬가지였다.

 

스노우: 오즈 쨩, 모두 현자 쨩을 되찾으러 올 테니까.

 

화이트: 현자 쨩을 건네주지 않도록…….

 

오즈: 알고 있다.

 

오즈는 지팡이를 들었다. 하늘 저편에 빗자루를 타고 있는 마법사의 모습이 보인다. 샤일록, 파우스트, 그리고 피가로였다. 서쪽과 동쪽, 남쪽의 선생님 역 마법사다.

 

피가로: 이게 무슨 뜻이에요!? 스노우 님, 화이트 님!

 

스노우: 예정 변경일세!

 

화이트: 오즈도 방해역이 되었네!

 

파우스트: 오즈가!?

 

샤일록: 그런 거, 듣지 못했습니다만…….

 

피가로: 오즈. 설마 진심을 낼 생각은 아니겠지.

 

오즈: 상대는 고른다. 하지만 '거대한 재앙' 은 나를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

 

피가로: 그래서?

 

오즈: '복스노크'

 

피가로: ……!

 

파우스트: 피가로 님! ……윽, 아아……!

 

샤일록: 오즈 님!

 

오즈: …….

 

샤일록: 부디, 자비를.

 

오즈: ……자비 따위…….

 

샤일록: '인비벨'

 

스노우: 무무……!

 

화이트: 연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네!

 

스노우: 당했구먼, 오즈.

 

오즈: ……?

 

스노우: 모르고 있는 것 같군.

 

화이트: 속은 걸세.

 

스노우: 샤일록이 도망갔네.

 

오즈: …….

 

아서: 현자님!

 

시노: 현자!

 

눈앞에 일어난 일에 열중하는 사이에 다른 마법사들도 모여들었다.

 

클로에: 혹시, 오즈 님이 적으로……!?

 

히스클리프: 에……!?

 

어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있고, 어떤 사람들은 기대에 눈을 반짝인다.

 

아서: 오즈 님께서 직접 지도해 주시다니!

 

리케: 미력하나마 그 벼락에 맞서 보이죠!

 

무르: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오즈!?

 

오즈: …….

 

무르: 위험해! 맞으면 돌이 되어버려!

 

스노우: 오즈! 봐줘야 하네!

 

화이트: 피가로들은 무사하려나?

 

 

 

 

 

 

 

레녹스: 괜찮으신가요, 피가로 님.

 

피가로: ……그 바보……. 처음부터 선생님 역을 노리다니 어쩌자는 거야? 지도자가 없어지잖아! 그런 것도 모르냐, 바보 자식!

 

레녹스: (아픈 경험을 하시는 바람에 엄청 화나셨군…….)

 

네로: 괜찮아, 선생!?

 

파우스트: ……윽, 우윽…….

 

네로: ……그렇게 한탄하지 마. 오즈를 이길 수 있는 놈은 없어. 자, 부상 좀 보여…….

 

파우스트: ……후후후 ……. 이것이 오즈의 천둥 …….

 

네로: …….

 

파우스트: 설마 내 몸으로 경험할 수 있으리라고는. 나는 생각보다 튼튼하구나. 대단해……. 대단했어……. 저걸 피하려면 어떻게……. ……안 돼. 흥분하고 말았어.

 

네로: (이 녀석, 가끔 진짜로 북쪽 도적단의 우두머리처럼 기뻐하지……. 인과응보인가…….)

 

샤일록: …….

 

라스티카: 서쪽 마법사는 어렵네.

 

샤일록: 라스티카.

 

라스티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어. 너는 지금 즐겁니?

 

샤일록: 글쎄요. 번개에 맞는 것도 싫지만 도망치는 것도 싫었습니다. 하지만, 오즈가 좋아해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죠. '거대한 재앙' 을 이기기 위해서.

 

라스티카: 그렇지.

 

샤일록: 귀찮네요,

 

라스티카: 귀찮네. 그래도 우리는 좋아하는 것만 하고 싶어. 때로는 불쾌함을 유쾌하게 만들어 가자.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샤일록: 뭐죠?

 

라스티카: 지금 우리가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은 어떤 전설의 황금 속옷…….

 

샤일록: 잠시만요. 아슬아슬한 이야기인가요?

 

라스티카: 물론.

 

샤일록: 이른 아침이에요.

 

라스티카: 이른 아침이 제일 아슬아슬해.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세계가 어떻게 된 것 같아.

 

샤일록: 같은 의견입니다.

 

 

 

 

 

 

아서: 자, 갑니다!

 

카인: 간다, 오즈!

 

오즈: …….

 

오즈는 씁쓸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들었다. 천둥이 내리치는가 하고 나는 숨을 삼켰다. 하지만 천둥은 번뜩이지 않았고 아서들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7화

 

아서: ……! 여기는 오즈 님의 방!?

 

리케: 오즈의 방으로 옮기다니! 치사해!

 

시노: 우왓……!

 

히스클리프: 여기는……!?

 

아서: 점점 사람이 늘어가…….

 

카인: 아서!? 리케!?

 

루틸: 와앗……!

 

미틸: 깜짝아! 천둥에 맞은 줄 알았어요……!?

 

클로에: 와아! 무서웠어……!

 

레녹스: 아……. 여기는…….

 

루틸: 레노 씨!

 

아서: 레녹스도 오즈 님의 천둥을 맞지 않았구나.

 

히스클리프: ……! 네로가 없어…….

 

리케: 오즈는 네로를 봐주고 여기까지 데려다 줄까요?

 

레녹스: 피가로 님은 천둥을 맞긴 했지만…….

 

전원: …….

 

시노: 내기하자.

 

네로: ……살았다……!

 

리케: 아, 왔어요.

 

히스클리프: 무사해서 다행이네, 네로.

 

네로: 좋았어! 어린아이 팀에 꼈다~!

 

레녹스: 아이 취급이었던 건가…….

 

카인: 어린 아이…….

 

아서: 오즈 님, 너무해……. 나는 제대로 상대해 주었으면 했는데.

 

카인: 그거야말로 오즈에게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히스클리프: 그러고 보니 훈련 중에 어디선가 다른 마법사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어?

 

시노: 났었나?

 

클로에: 눈치 못 챘어.

 

네로: 히스가 그렇게 말한 거라면, 근처에 누가 있었을지도 몰라.

 

레녹스: 이른 아침부터 오즈 님의 무쌍을 보다니.

 

시노: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오즈: '복스노크'

 

무르: ……냐앙……!

 

???: 와…… 와아……. 대단해……. 라고 할까…… 무서워…….

 

???: ……하지만……. 본 것 같아……. 저 사람……. ……겨우……. 그때의 일을 갚을 수 있어…….

 

???: 좋아. 더 가까이 다가가서……. 

 

???: ……! 히…… 히익……. 지금은 그만두자…….

 

 

 

 

 

 

카나리아: 아……! 드러몬드 님, 모두 돌아오셨어요.

 

드러몬드: 오오, 무사하셔서 다행이군. 하늘을 쳐다봐도 보이지 않았는데, 어디에 계셨던거지?

 

카나리아: 으음……. 어째서인지 마법관의 오즈 님의 방에…….

 

드러몬드: ……? 무슨 말이지? 훈련 후에는 마법관 옆의 이 숲을 지나야 돌아올 수 있지 않나?

 

카나리아: 갑자기 예정이 바뀌었을지도…….

 

드러몬드: 매번 매번 갑자기 예정이 바뀌는군. 뭐, 됐어.

 

카나리아: 전원 돌아오신게 아니라 몇몇 분들은 예정대로 이 숲으로 오실지도 몰라요.

 

드러몬드: 알겠다. 조금만 더 기다리지. 하지만 이 숲에는 열매가 많이 떨어져있군.

 

카나리아: 그렇죠. 가끔 나무 열매를 주워 모아 과자를 만들기도 해요.

 

드러몬드: 오오, 그렇군. 현자님도 기뻐하실 거야. 내 고향에서는 이 열매를 사용해서…….

 

빈센트: 드러몬드.

 

드러몬드: 빈센트 님!

 

카나리아: 빈센트 님! 오늘도 기분 좋게…….

 

빈센트: 딱딱한 인사는 됐다. 이제 왕성으로 돌아가지.

 

카나리아: 현자님이나 아서 님은 뵙지 않으실 건가요?

 

빈센트: 훈련이 길어졌겠지. 하늘을 올려다봐도 마법사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으니까.

 

카나리아: 그렇죠…….

 

드러몬드: 그렇죠…….

 

카나리아: ……저기, 빈센트 님! 실은…….

 

드러몬드: 카나리아, 됐어.

 

카나리아: 하지만…….

 

드러몬드: 까다로워진다.

 

카나리아: 알겠습니다.

 

빈센트: 무슨 이야기인가.

 

드러몬드: 까다로운 이야기라 …….

 

빈센트: 말해봐라.

 

드러몬드: 네. 카나리아, 설명을.

 

카나리아: 몇몇 마법사 분들은 마법사 오즈 님의 방에 계십니다. 몇 분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드러몬드: 예정대로 이 숲 쪽으로 오실지도 모릅니다.

 

카나리아: 그런 상황입니다.

 

빈센트: 까다롭군.

 

카나리아: 말씀 드렸습니다.

 

드러몬드: 카나리아!

 

카나리아: 그, 드러몬드 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빈센트: 뭐라고?

 

드러몬드: 아까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은 그, 왕성으로 돌아가실 건가요?

 

빈센트: 그럴 생각이다.

 

드러몬드: 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카나리아: 조심히 들어가세요.

 

빈센트: 음. 그렇지, 드러몬드. 전의 일은 네가 그 마법사에게 말해두도록.

 

드러몬드: 알겠습니다.

 

빈센트: 그러면 가보도록 하지.

 

드러몬드 / 카나리아: …….

 

드러몬드: 봐. 까다로워지지 않았나.

 

카나리아: 까다로워졌네요. 그 마법사에게 전의 일이라니, 무슨 이야기인가요?

 

드러몬드: 그건…….

 

오즈: '복스노크'

 

스노우: 이런이런.

 

화이트: 드디어 돌아왔군.

 

샤일록: 무르. 한 번 더 잘까요.

 

무르: 두 번 자는거 좋아~!

 

라스티카: 나도 좋아해. 후아암…….

 

사쿠 쨩도 돌아와서 다행이야……. 아. 드러몬드 씨, 카나리아 씨.

 

드러몬드: 현자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미스라: '아르시무'

 

오웬: 최악.

 

콕로빈: ……앗. 돌아와서 다행이다!

 

카나리아: 어서 와, 당신.

 

파우스트: 배움이 많은 훈련이었다. 브래들리는?

 

스노우: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구먼.

 

화이트: 금방 돌아올 걸세.

 

피가로: 현자님, 합동 훈련 수고했어.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고마워요.

 

미스라의 마법으로 돌아온 피가로가 나를 보며 미소 짓는다. 벼락 맞은 부상은 다 나은 것 같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방해 역을 당해내지 못했지만 마법사들의 성장을 볼 수 있었다.

 

드러몬드: 훈련은 어떠셨는지요?

 

콕로빈: 대단했어요! 남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펜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어요!

 

드러몬드: 너한테 물어본게 아니야. 현자님께 묻고 있습니다!

 

아, 으음…….

 

드러몬드 씨가 합동 훈련 소감을 요청하자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에요.

 

드러몬드: 현자님…….

 

아니! 저, 즐거웠어요! 조마조마하고 두근두근했지만…….

 

머릿속에 여러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푸른 하늘을 빗자루로 달려나가는 순간, 마법의 빛이 퍼지는 순간, 희끄무레한 큰 달빛, 수평손에 쏟아진 무지개 돌비.

 

모두가 무사해서…….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애매하게 웃으면서 나는 어젯밤 피가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합동 훈련의 결과가 어떤 것이든 다들 내 말을 기대하고 있다. 구원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현자인 내가 보여줬으면 한다고.

 

아, 그……. 다른 마법사들이 모이면 다시 전하겠지만요. 분명 '거대한 재앙' 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드러몬드: 오오! 힘찬 말씀! 희망의 길이 보인 것 같습니다!

 

나는 미소 지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점점 진심의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모두도 엄청 열심히 해줬어. 같이 사는 것조차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는데. 전원이 합동 훈련을 할 수 있었어. 분명히 이길 수 있을 거야. 이 세계는 구원받을 거야……. 우선은 내가 믿지 않으면.)

 

나는 밝은 미래를 믿었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현명한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일어날 나쁜 일들이 모두 보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어깨를 떨어뜨리면 모두 어깨를 떨어뜨리고 만다. 감당할 수 없는 나쁜 일이란, 그런 절망의 끝에 쌓여 일어나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우리의 작은 전진을 발견하고 소중히, 정중하게 축복해 나가자.

 

모두 정말 열심히 해줬어요. 콕로빈 씨도 고마워요. 훈련 기록을 해줘서.

 

콕로빈: 아니에요, 현자님! 오늘의 기록을 다 쓰면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드러몬드: 기대되는군. 빈센트 님께도 전해드리겠다. 감사합니다, 현자님.

 

아니에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서 합동 훈련은 끝났다. 나는 살며시 숨을 내쉬고 주변 숲을 둘러보았다. 아침 바람이 초록 숲을 헤친다. 햇빛이 낙엽과 풀 위에서 흔들리며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신기한 붉은 열매가 보라색 담쟁이덩굴 밑에 매달리며 연지 같은 냄새를 풍긴다. 아름다운 새의 지저귀는 소리, 아침 이슬이 웅덩이에 떨어지는 소리, 가까이에서 낮은 날개 소리가 들린다. 손바닥만한 동물이 가지 위를 뛰어 빠져나와 얼른 숨었다. 어딘가에서 작은 수정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린 것 같은 소리. 아침의 숲은 생명의 기척으로 가득 차있다.


8화

 

무르: 마지막!

 

브래들리: 젠장!

 

네로: 어이, 속임수 쓸 생각하지 마. 남은 패 다 보여봐.

 

브래들리: 쳇……. 자.

 

카인: 위험하네……. 수중에 있는 자금이 없어졌어.

 

네로: 빌려줄까? 안 돌려줘도 돼.

 

브래들리: 그만둬라. 달콤한 말에 속아 네로에게 돈을 빌려줬다간 남는게 없어.

 

카인: 으음……. 다음이 마지막이네. 이 한 수로 되찾겠어!

 

무르: 다음을 마지막으로 할 수 있을까?

 

네로: 그 의기는 좋네. 빈털터리가 될 때 부탁해. 빌려줄 테니까.

 

브래들리: 자, 이렇게 손님을 키우는 거야. 나쁜 남자지?

 

클로에: 아……. 모여서 뭘 하고 있네.

 

미틸: 아직 안 주무시나요?

 

무르: 잠이 안 와!

 

브래들리: 이제부터가 어른의 시간이라고.

 

시노: 뭘 먹고 있는거지?

 

네로: 안 먹어.

 

리케: 카드 게임인가요? 저도 알려주세요.

 

카인: 가르쳐도 되는 건가?

 

시노: 나는 조금 알고 있어. 전에 네로가 알려줬거든.

 

네로: 그건 블랙잭이고 이건 세븐브리지. 알려줄게. 여기 앉아봐.

 

시노: 후후, 외워줄게. 하지만 조심하라고. 너무 나에게 나쁜 것을 가르치면 파우스트에게 혼날 거야.

 

네로: 비밀로 해 둬. 비밀로 만족스럽지 못하면 이 게임에서 이길 수 없어.

 

클로에: 무르, 나도 가르쳐 줄래?

 

무르: 좋아! 이게 패야.

 

클로에: 7장이나 있네. ……이건 좋은 거야? 나쁜 거?

 

무르: 최고의 패야. 우리에게 승부를 걸어오면 전부 파산!

 

카인: 진짜로?

 

리케: 현혹되어서는 안됩니다. 카인, 저에게 룰을 알려주세요. 둘이서 이겨요.

 

브래들리: 너는 여기로 와라. 무릎에 앉혀줄까?

 

미틸: 어, 어린애 취급 하지 마세요!

 

브래들리: 그러냐. 자, 이게 네 녀석의 패다. 설명해줄테니 귀 좀 대봐.

 

미틸: 이게 가장 좋은 카드?

 

브래들리: 쉿, 입 다물어. 티 내지 마. 표정 관리하고…….

 

미틸: 이런 느낌?

 

브래들리: 그래, 좋아.

 

리케: 미틸, 자신 있어 보이네요.

 

미틸: 후후, 그렇죠. 그러고 보니 브래들리 씨, 저번에 재채기 하셨을 때 어디로 날아갔었나요?

 

브래들리: …….

 

미틸: 돌아왔을 때 기운이 없어 보였다고 하던데요.

 

브래들리: 누구냐, 그런 아무 말이나 하는 녀석. 너의 형?

 

미틸: 레노 씨요.

 

브래들리: 흥……. 참견하는 양치기 녀석. 됐으니까 승부에 집중해. 주위의 상황을 보고……. 맞다. 먼저 나서지 마.

 

미틸: 아, 알겠어요.

 

리케: 저도 안 질 거예요. 그렇죠, 카인.

 

클로에: 나도 두근거려!

 

네로: 다 잡아먹어버려, 시노.

 

시노: 맡겨둬.

 

파우스트: 거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네로: ……! 숨어!

 

파우스트: ……기분 탓인가. 도박을 하고 있다면 나도 같이 끼워달라고 하려 했는데.

 

브래들리: 그러냐!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지. 저주상, 너도 여기에 가담해서 한 판 승부…….

 

네로: 그럴 리가 없잖아! 속지 말라고!

 

파우스트: …….

 

네로: 헉…….

 

시노: 오해하지 마, 파우스트. 무르에게 철학 수업을 듣고 있었어.

 

파우스트: 호오. 어떤?

 

무르: 자유는 고독 속에! 설렘은 지루함 속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밤이 깊어서 되찾는 것.

 

 

 

 

 

 

샤일록: 후아암…….

 

아서: 좋은 아침, 샤일록.

 

샤일록: 이런, 아서 님.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네요. 이렇게 아침 일찍 왕궁에서 마법관으로 돌아오시는 길인가요?

 

아서: 아아, 맞아. 샤일록 치고는 일찍 일어났네.

 

샤일록: 이 숲에 희귀한 허브가 있거든요. 한창 자랐을테니 아침에 수확해두고 싶어서.

 

아서: 희귀한 허브라. 나도 동행해도 될까?

 

샤일록: 물론입니다. 아서 님께 추천하기에는 조금 꺼림칙한 허브지만요.

 

아서: 꺼림칙하다니?

 

샤일록: 그건……. 이런.

 

아서: 사람의 그림자다. 결계의 저편에 있어.

 

샤일록: 보통 사람이라면 저쪽에서 이쪽의 모습은 보이지 않겠죠.

 

아서: 마법사인가? 어딘지 모르게 동쪽의 기운이 나.

 

샤일록: 네. 손님일 수도 있겠군요. 게다가 또 한 사람……. 이런…….

 

아서: 왜 그래?

 

샤일록: ……그만두죠.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는 법이니까요.

 

아서: 비밀?

 

샤일록: 아뇨, 이쪽 이야기입니다. 아서 님은 손님을 맞이하러 가시나요?

 

아서: 그렇네. 곤란해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니까. 샤일록은 어떻게 할래?

 

샤일록: 흥미롭기는 하지만 예정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서요. 저는 허브를 따러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서: 알겠어. 괜찮다면 나중에 허브를 보여줘.

 

샤일록: 네, 부디.

 

아서: 그럼 이만.

 

아서: 자, 손님의 인기척은 어디에……. ……어라? 클로에.

 

클로에: ……! 아, 아서.

 

아서: 좋은 아침.

 

클로에: 좋은 아침. 아침 일찍부터 어디 가는 거야? 아니면 지금 돌아오는 중?

 

아서: 지금 막 돌아왔어. 클로에는 어디로 외출하게?

 

클로에: 아……! 으음…… 그런 거야!

 

아서: 라스티카와 함께가 아니구나. 어디로 가?

 

클로에: 으음……. 서쪽 나라의 벼룩 시장! 진귀한 물건을 찾으려고!

 

아서: 그렇구나.

 

클로에: 저기……. 오늘은 더 이상 성에 가지 않는거지?

 

아서: 아아, 아무 일이 없다면. 왜?

 

클로에: 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물어본 것 뿐!

 

아서: 그래?

 

클로에: 그럼, 다녀올게.

 

아서: 잘 다녀와. 조심하고.

 

아서: ……뭔가, 상태가 이상했던 것 같은데…….

 

아서: 아…… 마법사의 기척이. 역시, 이건 동쪽 나라의…….

 

???: ……이 근처일 텐데……. 교묘한 결계로군…….

 

아서: 실례하지.

 

???: ……!

 

아서: 나는 현자의 마법사 아서. 마법관에 볼 일이 있나? 실례지만 누구지?

 

???: 아……. 그…… 마법관에 용건이 있는……. ……뭐라고 해야…….

 

아서: 에?

 

???: 용건은 없…… 습니다…….

 

아서: 그래? 그렇다면…….

 

???: …….

 

아서: 이 근처는 지리도 까다로워. 뭔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사양하지 않고 말해주지 않겠나?

 

???: ……사…… 사람을 만나러 왔습니다. 그게, 현자의 마법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래서 …… 마법관을 찾아서……. ……하지만, 결계가…….

 

아서: 그랬구나. 괜찮다면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을래? 안내할 수 있을지도 몰라.

 

???: …….

 

아서: (경각심이 강하네. 주의 깊은 동쪽 마법사다워. 안심할 수 있도록, 뭔가…….)

 

아서: 맞다. 나는 중앙 나라의 왕자, 아서 그랑벨.

 

???: ……중앙 나라의 왕자 ……?

 

아서: 아아. 나라에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아. 신뢰할 수 있을까?

 

???: ……왕자…… 님…… 과 얼굴을 볼 수 있는…… 자는…… 아닙니다.

 

아서: 그렇지 않아. 마법관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내 친구나 마찬가지…….

 

???: ……무리야……. 죄송합니다!

 

아서: 아……! ……사라져 버렸다…….

 

 

아서: ……이건……? 분실물인가? 마도구 같은데……. ……램프……?

 

???: 저…… 저기…….

 

아서: 돌아와 줬구나.

 

???: 저……. 그거……. 저의…….

 

아서: 이 램프?

 

???: 그……. 그렇습니다…….

 

아서: 아까 떨어뜨린 것 같아. 깨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보는게 좋을 듯해.

 

???: 감사합니…….

 

시노: 디트프리트!

 

???: ……!

 

시노: 디트프리트잖아. 이런 곳에서 뭐하는 거야?

 

???: 시노 셔우드……. ……드디어 만났어…….

 

아서: 디트프리트. 혹시, 시노와 아는 사이인가?

 

???: 네…… 네.


9화

 

아서와 시노에게 소개 받은 것은 디트프리트라고 자칭하는 동쪽의 마법사였다.

 

아서: 현자님. 시노를 찾아와준 동쪽 마법사 디트프리트입니다.

 

시노: 옛날에 잠깐 인연이 있어서 말이야. 인사해, 디트.

 

시노는 그렇게 말하고 디트프리트를 돌아보았다. 디트프리트는 시노보다 조금 더 키가 컸다. 전신이 검은 옷차림에 무거울 것 같은 로브를 두르고 있었다. 커다란 후드로 코끝까지 가리고 있었다. 게다가 건틀렛의 손가락 끝으로 후드 앞을 끌어내리고 어깨를 움츠리고 있다. 그 입술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디트프리트: 저…….

 

시노: 응?

 

디트프리트: 디트…… 프리트.

 

시노: 뭐야?

 

디트프리트: 디트라고 말했으니까……. 나 …… 디트프리트…….

 

시노: 알고 있어. 애칭이야.

 

디트프리트: ……으음…….

 

시노: 왜?

 

디트프리트: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 ……애칭으로 서로 부를 정도로, 시노와 사이가 좋았던 것 같지는 않은데…….

 

의외로 고집이 센 듯한 대사였다. 시노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디트프리트에게 대들었다.

 

시노: 이름이 너무 길잖아. 나의 주군인 히스클리프도 히스라고 불린다고 해도 불평하지 않아.

 

디트프리트: 주군을…… 애칭으로 부르는 거야?

 

시노: 아아. 히스는 관용적이니까.

 

화가 나서 반발하는 줄 알았던 디트프리트는 말없이 뒷걸음질치며 난감해했다.

 

디트프리트: …….

 

시노: 디트로 괜찮나?

 

디트프리트: 으음……. 싫을지도…….

 

시노: 내 큰 낫으로 디트와 프리트를 절단해줄 수도 있어.

 

디트프리트: 큰 낫?

 

시노: 마도구를 큰 낫으로 만들었어. 멋있다고. 볼래?

 

디트프리트: 응. 아…… 나중에.

 

시노에게 그렇게 말하고 디트프리트는 후드 앞을 아래로 당기면서 몇 번이고 인사했다. 아서는 환영하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아서: 나는 디트프리트라고 부르게 해 줘. 너무나도 멋진 이름이니까.

 

디트프리트: ……가…… 감사합니다…….

 

아서: 하지만 언젠가 친해져서 애칭으로 부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디트라고도 부르고 싶네. 너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과 궁리를 아끼지 않고 마음과 시간을 들이게 해줬으면 해.

 

디트프리트: …….

 

아서의 정중한 어조에 디트프리트는 입을 다물고 후드를 내렸다. 언짢음을 나타내는 몸짓인가 싶더니, 희미하게 볼이 빨개져 있었다.

 

디트프리트: ……디트라고 불러도 괜찮아요.

 

아서: 정말? 기뻐!

 

시노: 어이! 전환이 너무 빠르잖아!

 

디트프리트: 하지만……. 상냥하시고…….

 

디트프리트는 말 그대로 기쁜 듯이 머뭇거리고 있었다. 나는 미소가 지어져서 무의식적으로 얼굴이 풀어졌다.

 

(어쩐지 귀여운 사람이네. 동쪽의 마법사답게 사람에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지만…….)

 

내 곁을 떠 있는 사쿠 쨩도 편안한 표정으로 디트프리트를 바라보고 있다. 위험한 사람이나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시노: 아무튼, 현자. 이 녀석이 디트야.

 

처음 뵙겠습니다, 디트프리트. 제가 현자인 마사키 아키라예요. 시노에게는 항상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디트프리트: 현자님…….

 

현자라는 칭호에 디트프리트는 긴장한 듯 더욱 어깨를 움츠렸다.

 

디트프리트: 자…… 잘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찾아와줘서 기뻐요.

 

사람에 익숙하지 않지만 고집이 센 그를 더 알고 싶어졌다.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시노를 찾아 마법관까지 와준 거죠? 어떤 사이인가요?

 

디트프리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노의 반응을 걱정하듯 그를 돌아본다. 시노는 눈을 돌렸다.

 

시노: ……블랑셰에 가기 전에 만났던 지인이다.

 

나는 나의 실패를 깨달았다. 시노는 당당한 성격이지만 그 무렵의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당돌하게 말해주기도 한다. 그때마다 고아였던 그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 그럴 때 시노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돌아선 적도 있지만…… 모두의 반응에 당황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는 일을 반복한 적도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디트프리트도 더 이상 말하려 하지 않는다. 냉담한 무관심에서가아니라, 동쪽의 마법사다운 배려가 깃든 침묵이었다. 시노도 디트프리트도 동쪽 마법사는 깊은 숲과 비슷하다. 거기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쩐지 안쪽까지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하지만 새는 날을 안고, 상냥하게 지켜봐주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옆에서, 디트프리트가 조심스럽게 아서에게 물었다.

 

디트프리트: ……괜찮으신가요?

 

아서는 조금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어젯밤은 밤을 새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서는 아쉬운 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서: 어제는 조금 늦게 잤으니까. 디트프리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조금 쉬고 올게. 일어나면 부디 나와도 이야기를 하게 해 줘.

 

디트프리트: 네…… 네…….

 

시노: 그렇다면 동쪽의 녀석들에게 너를 소개시켜줄게. 나의 주군을 만나고 싶지.

 

디트프리트: 동쪽의 녀석들이란, 동쪽의 마법사……?

 

시노: 아아.

 

디트프리트: 왠지 무서울 것 같아…….

 

시노: 파우스트는 무서워. 나머지는 그렇지 않아. 히스는 상냥하고 네로는 쉬워.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구나…….)

 

디트프리트: 상냥한 사람이 좋을 것 같아……. 히스클리프 씨와는 사이좋게 지내고 싶을지도…….

 

시노: 네로와도 친해져둬. 그 녀석은 맛있는 밥을 만들 수 있어.

 

디트프리트: 파우스트 씨는?

 

시노: 무서워. 

 

무, 무섭지 않아요. 박식하고 상냥한 사람이에요.

 

내가 황급히 덧붙이자 디트프리트의 입이 조금 풀린 것을 깨달았다.

 

(아……. 웃었다. 후후, 조금 기쁘네.)

 

처음 만난 상대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대든, 웃는 얼굴은 기쁘다.

 

 

 

 

 

 

 

 

 

시노와 디트프리트와 함께 나는 담화실로 향했다. 시노가 모이라고 하자 동쪽 마법사들은 순순히 모였다. 변함없이 성실한 사람들이다.

 

히스클리프: 디트프리트. 나는 히스클리프 블랑셰. 블랑셰 집안의 자제야.

 

디트프리트: 다…… 당신이…….

 

히스클리프: 나를 알아?

 

디트프리트: 시노를 찾고 있을 때 블랑셰가 근처에 가서 소문을…… 여쭤봤습니다.

 

시노: 블랑셰까지 갔었나.

 

디트프리트: 갔어……. 그때, 시노는 셔우드의 숲지기로 시노 셔우드라고 자칭하고 있었다고.

 

히스클리프는 힐끗 시노를 쳐다보았다. 블랑셰에 오기 전의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도 눈치챘을 것이다. 시노는 눈을 피했다. 히스클리프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했지만 디트프리트에게 최상의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히스클리프: 시노가 신세를 진 것 같네. 그의 주군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마워,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아……. 저야말로…….

 

눈부신 미소를 받으며 커다란 후드 아래로 디트프리트의 볼이 붉어진다.


10화

 

동쪽 나라의 어른들도 계속해서 디트프리트에게 인사했다.

 

파우스트: 나는 파우스트. 폭풍의 계곡에서 저주상을 하고 있다.

 

디트프리트: 저…… 저주상……. 잘 부탁드립니다.

 

네로: 나는 네로다. 요리사를 하고 있어. 잘 부탁해.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긴장한 듯 고개를 움츠리고 계속 아래를 향하면서 디트프리트는 인사를 나눴다. 커다란 후드로 민낯을 가린 그는 어딘가 수수께끼 같은 인상도 있었지만,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금방 붉게 물드는 뺨이나, 작은 소리로 말하는 입, 초조하고 식은 땀을 흘리는 듯한 행동은 조심스럽지만 풍부한 감정을 전해 온다.

 

디트프리트: 으음, 그……. 갑자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시노를 찾고 있던 이유는…… 이 등을 시노에게 주고 싶었어요.

 

등……?

 

디트프리트는 담화실 테이블 위에 손을 얹고 마법의 주문을 중얼거렸다.

 

디트프리트: '에임라브 니슐린스'

 

살짝 손이 희미하게 빛나고, 램프 같은 것이 형태를 드러낸다. 그것은 안쪽에서 은은하게 빛나며 회전목마처럼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담화실 벽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가 빙글빙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금은 낮이고 실내가 밝지만 밤의 어둠 속이라면 이 그림자는 더욱 아름다워 보였을 것이다.

 

와아…….멋진 램프네요.

 

히스클리프: 디트프리트. 조금 만져봐도 될까? 이런 장치 도구를 좋아하거든.

 

디트프리트는 놀란 듯 히스클리프를 쳐다보았다. 장치 도구를 좋아하는 귀공자가 드물었을지도 모른다. 

 

디트프리트: 아…… 무, 물론입니다. 원하시는 대로.

 

히스클리프: 고마워.

 

디트프리트: 히스클리프 님의, 그,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만…….

 

히스클리프: 그렇게 신경 쓰찌 마. 시노의 지인이라면 나의 친구나 마찬가지야. 히스라고 불러도 돼.

 

디트프리트: 녜에…….

 

시노: 봐. 나의 주군은 너그럽지.

 

네로: 디트프리트도 디트면 되나?

 

시노: 안 된대.

 

디트프리트: 아…….

 

네로: 아…… 그렇구나. 미안해.

 

파우스트: 이래서 네리라고 불리는 남자는.

 

디트프리트: 으음……. 조금 더…… 친해지고 나서…….

 

파우스트: 맞는 말이다.

 

히스클리프: 이 등, 세공도 장치도 매우 정성스러워. 게다가 어딘지 모르게…… 정령의 기미가 짙은 것 같은 …….

 

히스클리프의 물음에 디트프리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디트프리트: 이건…… 저주받은 등입니다. 저주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령에게 비정상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어요.

 

비정상적으로 사랑을……?

 

디트프리트: 네. 으음…… 보통 정령들은 사랑했던 땅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하죠. 여러 가지에 영향을 받아 바뀌거나, 차이가 생기거나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그…….

 

동쪽의 정령은 동쪽을 좋아하는 느낌……?

 

디트프리트: 맞아요, 맞아요. 하지만 이 등은 어떤 정령들도 좋아합니다. 여기에 정착하는 것 같아요.

 

네로: 오즈처럼 귀찮네. 언젠가는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는 저주로 바뀌는거 아냐?

 

파우스트: 아니, 아마 아무렇지도 않을 거다. 어느 나라 정령들도 좋아하는 이유는 작은 혼돈이 있기 때문이야. 혼돈은 불안정한 것이지만 이 등의 혼돈은 어째서인지 매우 안정적이야. 여러 땅의 정령의 기척이 있지만, 그것들 모두가 안정된 혼돈 속에서 더욱 안정되어 있다고나 할까……. 느긋하게 되어 있어. * チルる (그냥 일본 mz단어)

 

나는 숨을 뱉을 뻔했다.

 

시노 / 히스클리프 / 네로: 느긋하게 있어?

 

파우스트: 아아. 현자에게 들은 말이다. 느긋하고 침착한 상태를 표현한다고 해. 그랬었지, 현자.

 

네, 네.

 

파우스트: 아닌가? 다른 거였나?

 

마, 맞아요. 맞습니다.

 

(전에 무심코 했던 말을 진지하게 기억해 주다니…….)

 

 

 

 

 

 

파우스트: 현자.

 

레녹스: 현자님. 양들과 함께 무엇을 하고 있나요?

 

느긋하게 있어요.

 

파우스트 / 레녹스: 느긋하게.

 

느긋하고 침착한 상태예요. 아아, 기분 좋아…….

 

 

 

 

 

 

네로: 확실히, 정령들의 활동은 미약한 느낌이 드네……. 

 

디트프리트: 그러면 저도 말을 빌려서……. 정령들이 느긋하게 있어서 마법사에게 사역되지 않아요. 대시 ㄴ이곳에 모인 각국의 정령들은 달밤에 노래를 부릅니다.

 

달밤에 노래를……? 정령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나요? 저도?

 

디트프리트: 아마도……. 사람들도 들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헤에! 들어보고 싶어!

 

그때, 시노가 소리를 냈다.

 

시노: 생각났다! 그때 말했었던 정령이 부르는 등인가!

 

디트프리트: 맞아.

 

히스클리프: 그때라니?

 

시노: …….

 

디트프리트: ……으음, 옛날에 시노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그 직전에 마침 이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서……. 시노는 정령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러면 답례로 들려줄게라고 말했는데 헤어지고……. ……그 후에, 마법사의 규칙이라던가 알고……. 어라……? 혹시 시노에게 말한 그것, 약속처럼…… 되어버린 걸까……? 하고…….

 

마법사는 약속을 어기면 마력을 잃는다. 그런 경우는 어떨까? 나는 솔직히 나이 많은 마법사들에게 의문을 돌렸다.

 

……어떤가요?

 

파우스트: 자신의 마음을 저버렸다고 스스로 인식하느냐가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만.

 

네로: 나 같으면 괜찮겠지만 당신은 성실한 것 같으니까. 반대로 했다면 위험했을지도 몰라.

 

디트프리트: 그…… 그렇죠……. 저도 조금 그렇게 생각해서 시노를 찾고 있었어요…….

 

디트프리트는 등에 손을 얹고 시노 쪽으로 내밀었다.

 

디트프리트: 그러면…… 들어주세요. 정령의 노래예요.

 

시노: 마음이 내키면.

 

디트프리트: 저기…… 미안하지만…… 바로바로 부탁드릴게요. ……마력, 잃고 싶지 않아서…….

 

시노: 바로바로라고?

 

디트프리트: 지금……. 아, 하지만 밤이 되는 편이 제대로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괜찮으면 오늘 밤에…….

 

시노: 오늘 밤인가?

 

히스클리프: 좋잖아, 시노. 디트프리트는 곤란해하고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안심시켜주는게 어때? 애초에 네가 졸랐던 거잖아? 정령의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고.

 

시노: 그건 그렇지만, 이 녀석이 답례를 한다고 했어. 내가 도와줬으니까.

 

히스클리프: 그렇구나. ……무엇으로부터, 어떤 떄에?

 

시노: …….

 

히스클리프는 부드럽게 물었다. 시노는 시선을 들었다가 또 금방 불쑥 빗나가 버린다.

 

시노: 까먹었어.

 

히스클리프: 아, 그래. 디트프리트는 기억하고…….

 

시노: 알았어. 오늘 밤 이야기 해줄게. 너도 정신이 없을 테니까.

 

디트프리트: 호……. 고마워, 시노.

 

네로: 정령의 노래라. 듣고 싶어하는 애들이 많겠네.

 

저도 들어봐도 될까요?

 

디트프리트: 무, 물론. 저는 전혀…….

 

파우스트: 모두들 듣고 싶어하지 않을까? 인간에게도 들리는 정령의 노래는 드문 것이지.

 

네로: 이제 다들 일어날 때가 됐어. 북쪽도 서쪽도 중앙도 남쪽도…….

 

히스클리프: 모르는 마법사가 있으면 질문공세를 당할지도 모르겠네…….

 

동쪽의 마법사들: …….

 

파우스트: 디트프리트.

 

디트프리트: 네, 네.

 

파우스트: 착각이라면 미안하지만,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어 보이는데.

 

디트프리트: 네…….

 

파우스트: 안심해줘. 나도 잘 못하거든. 하지만 이 마법관에서는 스무 명 이상의 마법사들이 살고 있다.

 

히스클리프: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리는 것이 서툴다면,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는 편이 좋을지도…….

 

디트프리트: 하, 하와…….

 

네로: 착각하지 말아줘.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게 아니니까. 괜찮다면 지금부터 아침을 낼게.

 

시노: 그냥 이것만 기억해. 북쪽의 마법사는 최악이다.

 

미스라: 누가 최악이라고요? 그것보다, 이거 누구예요?

 

디트프리트: ……!

 

당돌하게 나타난 미스라가 디트프리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디트프리트가 입을 열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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