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イベント予告】
— 魔法使いの約束【公式】 (@mahoyaku_info) March 21, 2023
3月23日(木) 18:00よりイベント「輝く剣に太陽の夢を」を開催予定!
ガチャにはSSRカイン・オーエン・クロエのカードが期間限定で登場🧙♀️
――仲間のために振るわれる、容赦無く、壮絶な剣。その輝きはまるで、太陽の光そのもののようだった。#まほやく pic.twitter.com/Vw5MXONy7X
3월 23일 18:00부터 「반짝이는 검에 태양의 꿈을」 을 개최예정! 가챠에는 SSR 카인・오웬・클로에의 카드가 기간한정으로 등장🧙♀️
이 검에 꿈을 걸고, 반드시 카인 님 같은 기사가 되기 위해. 중앙의 나라에서 열리는 기사가 되기 위한 검술 시험. 그곳에, 카인의 습격 사건을 알고 있는 기사 견습생이 출전하게 되는데…….
ㅡㅡ동료를 위해 휘두를 수 있는 가차없는 장렬한 검. 그 반짝임은 마치 태양 그 자체 같았다.
1화
어느 평온한 날 오후. 나와 카인은 그랑벨 성을 방문하고 있었다.
카인: 현자님, 수고했어. 직접 성에 와서 임무 보고를 하다니, 드라몬드가 황송해 하던데.
까다로운 임무였어서 직접 이야기하는 편이 알기 쉬울까 하고……. 아서 앞으로 온 선물도 있었고요. 카인도 따라와줘서 든든했어요. 감사합니다!
카인: 고맙다는 말 할 필요 없어. 나는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는 걸.
드라몬드 씨의 집무실을 뒤로하고 나와 카인은 성 안뜰을 걷는다. 그러자 갑자기 등 뒤에서 환한 목소리가 들렸다.
???: 카인 기사단장……. 아니, 카인 님! 와아, 오랜만이에요……!
우리가 뒤를 돌아보니 허리에 검을 찬 소년이 달려왔다. 민첩해 보이지만 날씬한 몸매와, 아직 어린 시절이 남아 있는 다정한 미소는 미틸이나 리케와 다를 바 없는 나이로 보인다. 카인의 색이 다른 눈동자가 기억을 더듬듯이 좁혀졌다. '거대한 재앙' 의 상처로 카인은 만질 때까지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의 일이었다.
카인: 엑터, 오랜만이야!
지극히 자연스럽게 악수의 손을 내밀자 엑터라 불리는 소년은 씩씩한 미소로 카인의 손을 움켜잡았다.
카인: 못 본 사이에 키가 좀 컸는데?
엑터: 에헤헤, 저도 드디어 성장기니까요! 마지막에 뵙고 나서 5번이나 옷 길이를 고쳐달라고 했어요. 카인 기사단장…… 이 아니라 카인 님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카인: 이봐, 두 번이나 틀리지 마라고. 내가 기사단을 그만둔지 벌써 2년이나 지났으니까.
엑터 씨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카인은 나를 돌아보았다.
카인: 아키라는 엑터를 만나는게 처음이지. 이 녀석은 엑터. 성의 기사단에 근무하는 소병이야.
엑터: 처음뵙겠습니다. 혹시 당신은…….
현자인 아키라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엑터 씨.
엑터: 와아, 역시 당신이 현자님……! 인사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소문은 진작부터 들었어요. 세상을 구하는 대단한 사명을 지면서도 총명하고 성실하며 거침없는 훌륭한 분이라고. 언젠가 만날 수 있었으면 했는데, 설마 정말 뵙다니!
엑터 씨는 감격한 듯 뺨을 붉혔다. 과분한 칭찬에 나는 황송해했다. 하지만 동시에 강아지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바라보여서 가슴 주위가 간지러워졌다.
그, 그렇게 훌륭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기사단에 근무하는 소병……. 기사단 단원이라는 건, 엑터 씨도 기사인가요?
카인: 그러고 보니 현자님의 세계에는 기사단이 없었지. 소병은 대충 말하자면 기사단 소속 기사 견습생이야. 기본적으로는 단원들의 주변을 돌보거나 잡일이 일이지.
엑터: 그 사이에 앞으로 제 몫의 기사가 될 수 있도록 기사단 여러분께 검 사용법과 말 타는 법, 전술을 배우고 있어요.
과연……. 장인의 제자 같은 느낌이네요.
엑터: 그렇네요. 조금 비슷해요. 저는 카인 님으로부터 기사로엇의 본연의 자세를 배웠습니다.
말하면서 엑터 씨가 자세를 바로 잡았다. 곧은 눈동자가 정면에서 한마음으로 카인을 올려다본다.
엑터: 그러니까…… 그런 일이 있어서, 무례할지도 모르지만 여쭤보겠습니다. 카인 님은…… 이제 기사단으로 돌아오지 않으시는 건가요?
카인이 조금 눈을 부릅뜨고 나서 부드러운 쓴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기사단에서 쫓겨난 뒤 몇 번이나 듣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카인: 뭐, 그렇지. 이 나라에서 마법사가 기사단이 될 수 없는 이상은.
엑터: ……그런…… 가요……. 그렇겠죠…….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충격일 것이다. 카인의 말에 엑터 씨는 맥없이 어깨를 숙였다. 주인을 잃은 강아지가 코를 킁킁거리듯 안타까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엑터: 그런데……. 기사단에 있을 때 카인 님은 마법을 사용한 적이 없잖아요.
카인: 뭐 그렇지. 하지만 그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증거가 없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책임 있는 일을 맡기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니까.
엑터: 그렇다고 해도……. 카인 님의 용기와 공적은 누구나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추방이라니 심해요. 북쪽 마법사에게 습격당했을 때도, 카인 님이 마법으로 싸워주지 않으셨다면 분명 다 죽었을 겁니다. 그런데…….
북쪽의 마법사라니……. 혹시 카인이 오웬에게 습격당했을 때 엑터 씨도 그 자리에 있었나요?
엑터: 네……. 하지만 저는 금방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오웬이 나타난 순간, 마법으로 나뭇잎처럼 날아가 버리고……. ……저는 검을 뽑지도 못했어요…….
엑터 씨는 얼굴을 굳혔다. 고개를 숙여 주먹을 불끈 쥔다.
엑터: 눈을 떠보니 주위 단원들이 '카인 님은 마법사다' 라고 떠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카인 님은 기사로서 저희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셨는데, 그 대가가 기사단 추방이라니…….
주먹을 불끈 쥐는 엑터 씨에게 카인은 눈썹을 숙였다. 그 숙인 머리에 닿으려 한다. 하지만 그 손이 닿기 직전에 멀리서 종이 울렸다. 엑터 씨가 고개를 번쩍 든다.
엑터: 이제 막사로 돌아가야 해. 늦으면 아토스 님께 혼날 거야……. ……아니, 혼나도 되려나……. 모처럼 카인 님을 뵈었으니…….
카인: 이봐, 제대로 들어가라고. 지금 너의 상관은 기사단장 아토스잖아. 마음은 기쁘지만.
엑터: 우우, 네……. 맞다. 사실 카인 님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저, 다음 검술 시험을 보게 되었어요!
기뻐하는 엑터 씨에게 카인은 건드리려던 손을 내려놓았다. 통통 등을 두드린다.
카인: 잘 됐잖아, 엑터! 너라면 반드시 합격할 수 있어. 자신있게 하고 와.
엑터: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카인 님, 카인 님! 조금 아파요!
검술 시험은 어떤 시험인가요?
엑터: 도전자들끼리 한판 승부를 하는 거예요. 기사 견습생이나 소병을 졸업하고 기사가 되기 위한 시험입니다. 이 나라에서 기사를 자칭하려면 반드시 이 시험에 합격해야 해요.
카인: 꽤 박진감도 있고, 일반 관객도 포함해서 치뤄지기 때문에 시험장은 약간의 축제처럼 되거든.
그렇군요! 왠지 재밌을 것 같아요.
엑터: 그래서……. 카인 님만 괜찮으시다면 제 검술 시험을 보러 와주시겠나요?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카인 님 덕분이니까……. 꼭 이 시험을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기대를 담아 올려다보는 엑터 씨에게 카인은 쾌활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인: 물론! 나라도 괜찮다면 응운하러 갈게. 너의 성장한 모습도 보고 싶고.
엑터: 아싸……! 감사합니다. 열심히 노력할테니 잘 부탁드려요!
힘내세요, 엑터 씨! 저도 마법관에서 응원하고 있을게요.
엑터: 감사합니다! 하지만 괜찮으시다면 현자님도 함께 오시지 않겠나요?
괜찮나요? 엑터 씨만 괜찮다면 꼭 응원하러 가고 싶어요!
엑터: 물론이에요! 현자님도 와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저, 응원을 잔뜩 받으면 힘낼 수 있어서요!
카인: 아하하, 그렇구나! 그러면 다른 현자의 마법사들에게 말을 걸어볼게.
검술 시험, 기대할게요!
우리의 말에 엑터 씨는 바짝 표정을 굳혔다.
엑터: 네! 무조건 현자님과 카인 님들 앞에서 이기겠습니다!
꾸벅 절하자 엑터 씨는 몇 번이고 뒤돌아보면서 종종걸음으로 안뜰을 뛰어 돌아갔다. 돌아볼 때마다 웃으며 손을 흔들던 카인이 손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카인: 그 엑터도 드디어 검술 시험인가……. 끝까지 챙겨주지 못했는데. 기사단을 그만둔 사정이 사정이라 단원들 모두에게 제대로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말이야.
카인이 발밑으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자기 말을 꽉 깨물듯이 입술을 꼭 다문다. 하지만 한숨 돌리고 고개를 들었다. 엑터 씨가 떠나간 쪽으로 밝은 눈동자를 돌린다.
카인: 하지만, 내가 사라진 후에도 그 녀석들은 기사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있어. 엑터도 무사히 검술 시험에 뛰어들었고. 사실은 내 손으로 기사로 만들어 주고 ……. 지금은 있는 힘껏 저 녀석을 응원하려고 해.
……그렇네요. 저도 온 힘을 다해 엑터 씨를 응원할게요!
든든하네, 현자님. 마법관에 돌아가면 관심이 있을 만한 놈들에게 같이 말을 걸어보자.
마법관으로 돌아온 우리는 곧바로 담화실에 있던 마법사들에게 말을 걸었다.
클로에: 카인이 돌보던 견습 기사인가……. 그 엑터라는 애가 괜찮다면 나도 응원하러 가고 싶어!
미틸: 저도 가보고 싶어요!
무르: 나도 나도!
카인: 그럼 결정이네! 다같이 엑터를 응원하러 가자.
미틸: 아싸, 기대돼요! 기사 시험, 분명 멋있겠지.
클로에: 저기, 라스티카도 초대해도 될까? 아, 근데 시험인데 거기까지 인원이 많이 몰리면 안되려나.
카인: 아니, 그렇게 딱딱한 느낌은 아니야. 물론 출전자는 진지하지만 관객들은 축제 기분이고 포장마차도 있어. 나도 어렸을 때 아빠가 데려다 줬었지. 모처럼 과자를 사줬는데, 시합을 정신없이 보다가 떨어졌었나.
클로에: 아하하, 어린 카인 귀엽다! 그런 느낌이면 갈 것 같은 사람에게 말을 걸어봐야지.
미틸: 저도 리케와 형님에게 말을 걸어볼게요!
우리가 그런 식으로 들떠 있었던 그때…….
???: 재미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하네.
문득 내 귓가에 웃음을 머금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목덜미가 오므라든다. 황급히 뒤달아보니 아무도 없었을 내 등뒤에 어느새 오웬이 서있었다.
2화
깜짝아……! 오웬, 있었군요.
오웬: 저기, 그거 나도 끼워줘. 검술 시험을 보러 가고 싶어.
좌우색이 다른 눈동자가 웃음 모양으로 일그러졌다. 모양 좋은 입술이 초승달 같은 호를 그린다. 나는 당황했다. 고개를 숙인 엑터 씨의 굳은 옆얼굴과 꽉 움켜쥔 주먹이 뇌리에 떠오른다.
(엑터 씨는 오웬에게 습격당했어. 그 장본인이 공연장에 온다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까…….)
무르: 검술 시험에 뭐하러 가? 다음 기사의 눈알로 바꾸러 가는 거야? 이번에는 오른쪽 눈을 바꾸러?
클로에: 무, 무르! 지금은 그 농담하면 안 돼……!
오웬: 하하…… 상관없어. 달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망가진 결함남에 비해 맑은 농담이고. 기사의 눈알은 아무래도 좋지만 축제는 좋아해. 괜찮지, 기사님.
카인: …….
카인은 어려운 표정으로 오웬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어. 조심스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입을 연다.
카인: ……오웬. 너는 물러나줘.
오웬: 헤에……. 어째서?
카인: 너도 알잖아. 너는 예전에 기사단을 습격해서 내 한쪽 눈을 빼앗았어. 엑터도 너에게 습격당한 사람 중 하나야. 네가 회장에 나타나면 동요할 거야. 이번에 우리가 검술 시험에 가는 것은 그 녀석을 응원하러 가는 거니까. 그 녀석의 불안이나 고통이 되는 건 피하고 싶어.
오웬: 헤에……. 즉, 기사님은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는 거네.
오웬이 카인 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말은 서글퍼 보이지만 콧노래를 부르며 냉소한다.
오웬: 나는 축제를 조금이라도 즐길 수 있다면 만족할 텐데. 너의 소중한 부하를 또 겁나게 해서 검술 시험을 망칠까봐?
카인: 그게 아니야.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때와 경우를 생각해서…….
오웬: 아아, 슬프네. 너의 믿음은 역시 말뿐이었구나.
미틸: 하지만 오웬 씨는 기사단 사람들에게 잘못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모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오웬: 몰라. 따돌림을 당해서 검술 시험도 가기 싫어졌어. 또 보자.
카인: 오웬! 좀 더 이야기를…….
만류하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오웬의 모습이 주문도 없이 사라졌다. 카인이 어깨를 으쓱하고 한숨을 내쉰다.
카인: 정말이지……. 내 답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미틸: 하지만 오웬 씨는 북쪽 마법사잖아요. 언제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고……. 저라면 중요한 승부 때 자기에게 몹쓸 짓을 한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고, 또 힘든 일을 당하고 싶지 않아요.
클로에: 으음, 뭐……. 응원하러 기사단 사람들도 올지도 모르고…….
그렇네요……. 오웬에게는 미안하지만, 대신에 가게에서 달콤한 선물을 찾아서…….
무르: 정말로 안 올까?
에?
무르가 거꾸로 공중에 떠올랐다. 새우 등의 얼굴이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카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카인: 저 기분 좋은 느낌이라면 시합에는 올 거야. 처음부터 내가 어떻게 대답을 하든 상관없이.
에……. 그럼 엑터 씨와 만나게 되는 게…….
카인: 그렇네……. 뭔가 대책을 생각해 두지 않으면.
오웬이 있던 자리를 카인은 바라보았다. 고개를 흔들더니 전환하듯 우리에게 미소를 보낸다.
카인: 뭐, 그건 일단 놔두자. 정말 축제를 즐기고 싶을 뿐일 수도 있고. 어쨌든 엑터의 응원이 제일인 것은 변하지 않아. 모두도, 일정이 맞을 것 같은 애가 있으면 잔뜩 불러줘!
며칠 뒤, 검술 시험 당일 시험장으로 향하는 몇 명이 마법관의 넓은 방에 모였다.
카인: 모두들, 와줘서 고마워! 꽤 인원이 모였네. 엑터도 분명 좋아할 거야.
미틸: 저, 열심히 응원할게요!
클로에 / 무르: 응원할게요!
미틸: 레노 씨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 평소처럼 가만히 서있기만 하면 안 돼요!
레녹스: 하하, 노력할게. 파우스트 님도 오즈 님도 힘내세요.
파우스트: 나는 뭐, 적당히…….
오즈: ……나도 적당히.
(라스티카나 리케, 루틸들의 예정이 맞지 않아서 다른 마법사들을 초대한다고 들었는데……. 왠지 생각보다 의외인 멤버들이 모였네.)
미틸: 파우스트 님도 와주셔서 기뻐요! 레노 씨와 같이 있을 때 초대하긴 했지만, 관심이 없을 것 같아서.
레녹스: 그랬구나? 아…… 하지만 그렇지. 미틸은 최근의 파우스트 님 밖에 모르니까.
미틸: 에? 예전에는 검술을 좋아하셨나요?
파우스트: 좋아했던 게 아니야. 그저 아주 오래전에 누구나 검을 잡는 전란의 시대가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뭐……. 다소의 그리움은 있다고 생각해.
레녹스: ……그렇군요. 오늘은 즐기죠, 파우스트 님.
무르: 세계 최강의 오즈가 있으니까 엑터 응원도 천둥으로 달아오르게 하자! 콰광!
오즈야말로 검술에도 축제에도 관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무슨 사정이라도 있나?
오즈: ……카인으로부터 오웬이 회장에 올지도 모른다는 상담을 받았다.
카인, 그 후에 오즈와 상담을 했군요.
카인: 아아, 지금은 느긋해지면 안되니까. 뭐, 사실은 오즈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제일이지만…….
오즈: ……오웬은 마음만 먹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경기장의 인간을 몰살시킬 수 있다. 늑대가 장난삼아 토끼 떼를 사냥해 죽이는 것처럼. 비록 나의 마력을 담은 주문이나 부적이 있더라도 카인이나 현자가 멈출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래서 일부러……. 고마워요, 오즈.
클로에: 하지만 오웬, 지금은 오지 않았네……. 역시 안 오기로 했나?
클로에의 말대로 눈에 보이는 곳에서 오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카인의 감이 빗나간 걸까……? 오웬도 '가기 싫어졌다' 고 분명히 말했고…….)
레녹스: 어쨌든 슬슬 출발해야 해. 시합 전에 그 엑터라는 소년을 만나는 거지, 카인.
카인: 아아, 모처럼의 재회니까. 응원한다고 전하는 김에 엑터와 너희를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 오즈, 미안하지만 이동을 부탁해도 될까?
오즈: ……'복스노크'
검술 시험장은 기사단 훈련소 중 하나였다. 영광의 거리에 가까운 강둑에 자리잡은 중후한 석조 건물이다. 참가자 기사 견습생들과 그 응원을 하러 온 사람들, 축제 분위기의 관객들로 북적인다.
미틸: 여기가 검술 시험장……! 사람이 많이 있네요!
레녹스: 의상을 입고 있는 소년이 참가자인가? 현역 기사들도 카인처럼 후배들을 응원하러 온 것 같네.
클로에: 저쪽 와플 포장마차, 줄 서있어! 카인 말대로 축제 같아서 두근거려!
무르: 나도 설렌다~! 신기한 기색도 있고!
신기한 기색……?
불온한 말에 내가 무심코 묻자, 무르 대신 파우스트가 입을 열었다.
파우스트: ……이 훈련소 어딘가에서 얼마 되지 않지만 마력이 느껴져.
카인: 정말로? ……인기척이 많아서 바로 눈치채지 못했어. 우리 말고 다른 마법사가 오고 있는 건가?
무르: 마법사의 기척이 아니야. 마력을 가진 무언가가 뒤섞여 있는 것 같아!
마력을 가진 무언가…….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인가요?
오즈: 묘한 기색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약하다. 해를 끼칠 만한 힘은 없겠지.
파우스트: 그래도 일단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어. 혹시 모르니까.
카인: 고마워. 든든하네. 나도 최대한 조심할게.
엑터: 카인 님! 현자님!
그때, 인파 너머로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파를 헤치며 주인을 찾은 대형견처럼 엑터 씨가 달려온다.
엑터: 두 분 다 와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카인이 자연스럽게 내민 오른손을 엑터 씨는 감격한 듯 두 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카인이 빈 손으로 툭툭 그 등을 두드린다.
카인: 엑터! 생각보다 차분하잖아. 옛날에는 긴장하면 떨림이 멈추지 않았는데.
엑터: 카인 님과 현자님이 보러 와주시는데 떨릴 순 없으니까요!
카인: 하하, 그 상태라면 괜찮겠네! 너를 응원하러 애들도 잔뜩 와줬어. 멋있는 거 보여줘.
3화
카인이 마법사들을 각각 소개하자 엑터 씨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엑터: 왕성 기사단에서 소병을 맡고 있는 엑터입니다. 현자의 마법사님이 응원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클로에: 와아, 그렇게 예의 차르지 않아도 돼……! 오늘 시험, 잘 봐!
미틸: 저랑 동갑인 거죠. 벌써 제 몫이 되는 시험을 치르다니, 엑터 씨 대단해요!
엑터: 아뇨, 저 따위는 아직……. 하지만 오늘 시험에 합격해서 카인 님처럼 훌륭한 기사가 되어 보이겠습니다!
우리의 말소리나 엑터 씨의 시원시원한 선언이 들린건지, 주위가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한다.
기사: 카인이라니, 그 카인? 정말로?
기사: 진짜다! 봐, 같이 있는 건 현자의 마법사야. 너도 서임식에서 봤지?
기사: 설마, 그 영웅 카인 나이트레이 님이 계시다니……!
무르: 모두들, 이쪽을 엄청 쳐다보고 있어! 무대에 오른 것 같아!
미틸: 역시 카인 씨는 인기가 많네요! 모두의 동경이라니 멋있다.
카인: 하하, 고마워. 기사단장을 하다 보면 공무상 사람들 앞에 얼굴을 내밀 때가 많으니까.
엑터: 그뿐만이 아니에요! 카인 님의 유례없는 기사로서의 자질과 훌륭한 인품이 있어야지요!
엑터 씨는 뺨을 붉히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카인에게 돌렸다. 가슴 앞에서 불끈 주먹을 쥐고 역설한다.
엑터: 젊은 나이에 기사단장으로 발탁된 것은, 물론 임무 중간중간 저희 같은 소병들을 잘 돌봐주시고……. 기사단의 산적 토벌 때는 스무 명이 넘는 산적을 단 한 사람으로 맞아 쏴서 찰과상 하나 입지 않고 모두 때려 눕혔다구요!
미틸: 굉장해……! 전설에 나오는 기사 같아요!
엑터: 그렇죠!!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오늘까지 계속 단련을 해왔어요. 저나 다른 소병들이 밤늦게까지 단련을 하고 있을 때는 몰래 식사를 제공하고, 격려의 말까지 해주셔서…….
카인: 아하하, 거기까지만 해줘! 아무리 나라고 해도 쑥스럽다고.
카인은 소리내어 웃더니 엑터 씨의 등을 탁탁 두드렸다.
레녹스: 카인의 그것은 쑥스러움을 감추는 건가……?
무르: 오히려 엑터가 더 쑥스러워 하는 거 아니야? 얼굴이 빨개!
엑터: 아하하, 죄송합니다……. 아, 그렇지.
얼굴을 붉히면 쓴웃음을 지은 엑터 씨는 정신을 돌리듯 툭툭 쳤다.
엑터: 여러분, 괜찮다면 기사 견습생의 검과 훈련복을 빌려보시겠나요? 검술 시험날은 특별히 빌려주고 있거든요.
클로에: 와아, 정말? 나, 입어보고 싶어!
미틸: 저도 검을 들어보고 싶어요!
카인: 그럼 이왕이면 다같이 입자. 엑터, 단련 전에 대여 장소까지 안내해 줄래?
엑터: 그럼요! 여러분, 따라와 주세요.
이게 기사 견습생의 의상……! 원단이 가벼워서 움직이기 편하네요.
클로에: 역시 책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입어보는 것은 전혀 다르네. 디자인화로 할 때 참고가 될 것 같아!
레녹스: 나는 이런 딱딱한 모습은 익숙하지 않네…….
멋있어요, 레녹스. 키가 커서 깔깔한 느낌이 잘 어울려요.
미틸: 레노 씨, 엄청 강해 보여요! 평소에도 조금 더 이런 옷을 입었으면 좋겠는데. 저, 이 옷 입은 레노 씨 좋아해요!
레녹스: 하하……. 미틸이 그렇게 말해준다면 생각해볼게.
무르: 에잇~! 빙글빙글빙글빙글!
파우스트: 어이……! 검날을 둥글게 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검이다. 휘두르면 위험해.
무르: 우선 누구랑 싸울까? 마법이라면 오즈가 세계 제일이지만, 물리라면 어때?
오즈: ……최근 물리 공격을 배웠는데, 상대 해주기를 바라나?
무르: 해줘!
파우스트: 하지 마. 오즈도 검에서 손 떼.
카인: 그립네, 이 옷! 나는 잘 못 입어서 즐거워. 어렸을 때 엄청 동경했거든.
목덜미를 정성스럽게 고치면서 카인은 그리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엑터 씨도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엑터: 알아요! 기사단에 입단하고 처음 이 옷을 입었을 때 기뻤어요. 어렸을 때 검술 시험을 보러 갔을 때, 기사가 되기로 마음 먹었거든요. 그때부터 동경해서…….
클로에: 동경을 이루려고 오늘 기사 시험을 보는 거구나. 정말 염원하던 날이네!
엑터: 네! 하지만…… 본심을 말하자면, 저는 카인 님이 기사단장이었을 때 기사가 되고 싶었어요.
목덜미를 만지는 손이 꽈악 주먹을 만들었다. 자신의 목덜미를 잡아 올리듯 엑터 씨는 옵깃을 잡아당긴다.
엑터: 그랬다면 오웬에게 기사단이 습격했을 때도, 제 몫을 하는 기사로서 더 무언가가 생겼을지도 모르는데…….
무력감, 후회. 엑터 씨의 목소리에서 배어나는 것에 가슴이 아프다. 엑터 씨의 마음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에게도 카인은 소중한 사람이다. 마음도 생명도 여러 번 지켜주었다. 그런 그가 궁지에 몰려 상처를 입고 잇을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나도 내 멱살을 잡고 싶을 거야. 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지. 왜 이렇게 무력한지하고.
카인이 엑터 씨의 어깨에 손을 얹고 얼굴을 들여다본다.
카인: ……엑터. 나는…….
그때였다. 오즈와 파우스트다 문득 옆모습을 험악하게 만들고, 소리 없이 마도구를 출현시킨다. 그와 동시에 우리 근처의 경치가 흔들렸다. 신기루 같은 흔들거림은 점차 회색 윤곽을 띠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웬: 너한테는 무리야. 약하니까.
미틸: 오웬 씨!?
무르: 아하하! 진짜 왔다! 카인의 촉, 맞았네~!
파우스트: 웃을 일이 아니야. 이렇게 눈에 띄는 장소에서 갑자기 모습을 나타내면…….
파우스트의 말을 지워버리듯 불온한 웅성거림이 퍼졌다. 주위 사람들이 서로에게 속삭인다.
기사: 저 녀석, 갑자기 나타났어! 마법사다……!
기사: 진홍색과 금빛의 다른 눈……. 북쪽 마법사 오웬이다! 카인 님을 덮친 그 녀석!
기사: 삿대질 하지 마, 바보! 히이, 이쪽 봤어…….
기사: 설마 검술 시험을 방해하러 온 건가!?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둘까보냐……!
오웬: 하하…….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하지 마. 나는 현자의 마법사. 인간들을 돕는 정의의 편이야.
공황 상태에 빠진 사람들에게 오웬은 잔혹한 희색을 띠었다. 엑터 씨가 얕고 빠른 숨을 쉰다.
엑터: 오…… 오웬! 여기 뭐하러 왔어! 또 기사를 덮칠 셈인가!?
오웬: 맞아.
엑터: ……!
오웬: 라고 말하면, 너는 나를 막을 수 있어? 나에게 습격당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직 기사도 아닌 네가.
엑터: 윽……!
엑터 씨는 피가 번질 정돌 입술을 깨물었다. 분노와 억울함과 두려움이 뒤섞인 눈이 오웬을 노려본다. 카인이 지체 없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등에 감싼 엑타 씨를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타이른다.
카인: 엑터, 진정해. 저 녀석은 너를 화나게 하려고 하는 뻔한 도발에는 타지 말라고 알려줬잖아.
엑터: 카인 님…….
카인: 그보다 오웬. 여기에는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오웬: 그랬지. 나는 믿을 수 없다면서,
카인: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 내가 말한 건, 네가 회장에 오면…….
오웬: 오면 뭐? 내가 언제 어디에 있는지 결정할 수 있는 건 나뿐이야.
카인의 말을 억지로 가로막자, 오웬은 일부러 자신의 왼쪽 눈꺼풀을 만졌다.
오웬: 불쌍한 기사님. 시간이 지나도 너도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구나. 지금의 너에게는 누구에게 명령할 권리도 지위도 없잖아.
카인: …….
그 자리를 거론한 장본인의 말에 카인이 순간 어금니를 물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고개를 든 카인은 평소와 같은 밝음으로 어깨를 들썩거렸다.
카인: 뭐, 그렇지. 일리 있어.
오웬: 하?
카인: 그리고 만약에 나에게 지위고 뭐고 뭐가 있다고 하더라도, 너는 내 부하도 아니고. 그러니까 이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야. 엑터나 시합에 임하는 놈들을 협박하는 짓은 하지 말아줘.
4화
오웬: …….
카인: 지금 네 말을 믿어. 하지만 과거에 네가 한 일도 없었던 일로는 할 수 없어.
그리고 카인은 엑터 씨를 돌아보았다. 눈높이에 맞춰 조금만 굽혀 어깨를 툭툭 친다.
카인: 엑터, 오웬이 신경 쓰이겠지만 지금은 경기에 집중하자.
엑터: 네……. 죄송합니다. 저, 또 카인 님이 감싸주셔서…….
카인: 신경쓰지 않아도 돼. 지금도 전에도,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야. 참, 시합 전에 나랑 잠깐 해보지 않을래? 단련을 쌓은 너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
엑터: 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카인: 너희들도 괜찮으면 보고 가줘. 시합 실전 전 예습 겸 말이야.
레녹스: 가죠, 현자님. 이대로 저희가 여기 있으면 조금 싫은 분위기가 날 것 같습니다.
그렇네요……. 다같이 두 사람을 견학하러 갈까요.
클로에: 응! 그런데, 그 전에 오웬도 이 의상으로 갈아입지 않을래?
주위 사람들의 굳은 표정을 힐끗 보며 클로에가 조금 빠르게 말했다.
클로에: 모두와 같은 의상이 동료 같고. 오웬, 분명 밝은 색이 잘 어울릴 거야.
오웬: ……과연. 여기에 있을 거면 변장하라고?
클로에: 하, 하라는게 아니야. 하지만, 하는 것이 오웬도 주위의 사람도 여러가지 편할까 싶어서…….
오웬: 그러면 싫어. 밝은 색 따윈 입고 싶지 않아. 어울리다니, 아무렇게나 아첨하는구나.
클로에: 지, 진심이었는데…….
그러자 난처한 표정의 클로에에게 무르가 윙크했다. 빙글빙글 한 바퀴 돌아 오웬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무르: 오웬 나름대로 사양하는거 아니야? 기사단을 덮친 마법사가 기사의 옷을 입으면 모두를 무섭게 할 수 있어!
오웬: 사양? 그런 거…….
하긴, 무르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오웬, 상냥해~! 무서운 오웬의 기사복 차림을 보면 다들 겁에 질려 도망가니까 옷을 안 입기로 한 걸 거예요.
클로에: 그…… 그렇구나! 사람들이 무서워하면 역시 이번에는 그만두는게 좋으려나.
오웬은 우리의 말에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윽고 엷게 웃었다.
오웬: ……흐응. 역시 나도 입을까. 여기 있는 모두르 공포의 구렁텅이로 밀어줄게.
와아~! 하지 말아주세요, 오웬……!
오웬: 자, 얼른 안내해줘. 갈아입는 거잖아.
클로에: 으…… 응. 다같이 가자!
카인: 그러면 그동안 엑터는 연습장소 확보를 부탁해. 슬슬 꽉 찰 테니까.
엑터: 알겠습니다!
마법사들이 의상 접수처로 향하고 엑터 씨가 달려나간다. 나는 모두를 떠나 카인에게 살며시 다가간다.
저기, 카인. 정말 괜찮을까요? 특히 기사단 분들은…….
솔직히 불안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 돼. 그 녀석에 대한 분노도 원망도 두려움도 각자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 녀석들은 기사야. 얼굴은 험악했지만 카인은 강하게 단언했다. 조금 안정을 되찾은 대기실을 둘러본다.
카인: 각자의 분노와 원망을 제쳐두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어. 그게 기사다. 오웬이 신경쓰이긴 하겠지만…… 각자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을 거야.
카인은 자신의 검에 손을 얹었다. 곧게 등을 펴고 나에게 미소 짓는다.
카인: 우리도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나는 엑터를 따라갈 테니까 오웬이 다 갈아입으면 합류해줘.
클로에: 오웬, 그 옷 잘 어울려! 역시 밝은 색도 어울리네!
무르: 너무 무서워!
오웬: 후후, 그렇지.
시험장에는 고조와 긴장이 가득했다. 곳곳에서 수습기사들이 경기를 위해 마지막 조율을 하고 있다. 옷을 갈아입은 오웬과 함께 우리는 회장 한쪽에서 엑터 씨와 카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즈: ……시작하는군.
엑터 씨가 검을 뽑았다. 긴장한 표정으로 검을 들고 카인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에 비해 카인은 부담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곁눈에는 그저 검을 뽑아들고 선뜻 서 있는 것으로 보였다.
미틸: 둘 다 멋있다……! 그런데 왜 둘 다 안 움직이죠?
레녹스: 카인은 엑터가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 하지만, 카인에 빈틈이 너무 없어서 엑터도 움직일 수 없겠지.
카인: ……그쪽이 안 오면 이쪽부터 간다. 하아!
레녹스의 말을 뒷받침하듯 카인이 크게 한발 내디뎠다. 엑터 씨를 향해 힘껏 검을 내민다.
엑터: 하, 하앗!
하지만 엑터 씨도 지지 않았다. 카인의 공격을 자신의 검으로 받아들이면 그대로 베어버린다.
카인: 오, 지금 움직임 아주 좋아!
엑터: 저, 정말인가요……!? 엄청 연습했거든요!
카인: 아아, 팔이 아주 잘 올라갔어! 근데…….
엑터: 앗……!
클로에가 작게 소리치는 순간 카인은 이미 팔을 뿌리치고 있었다. 한순간 늦게 튕겨나간 엑터 씨의 검이 땅바닥에 쾅 구른다.
카인: 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 지금처럼 힘껏 부딪혔을 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카인은 튕겨낸 검을 주워 엑터 씨에게 건네자 싱그럽게 웃어 보였다.
카인: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네 실력이면 꼭 이길 수 있으니까 힘 빼고 딱 버티고 있어.
엑터: 네, 네! 하지만 앞으로 장래를 건 싸움을 한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긴장이 돼서…….
카인: 뭐, 그렇지. 나도 옛날에 긴장을 많이 해서 마음은 알아. 하지만 싸움에서는 그것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어. 긴장으로 머리가 돌지 않을 때는 한 번 다시 의식하고 처신해야 해. 승리를 초조하게 생각해서 자신을 잃지 마.
엑터: 네, 조심하겠습니다!
엑터 씨가 검을 칼집에 넣은 것을 보고 우리는 두 사람에게 달려갔다.
클로에: 수고했어! 너무 멋있었어~! 근데 손은 괜찮아?
파우스트: 통증이 있다면 마법으로 치유할 수도 있다만.
엑터: 카인 님이 깔끔하게 해주셔서 괜찮아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미틸: 저기, 저도 잠깐 검으로 치고받고 싶어요! 할 수 있을까요?
레녹스: 무기는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다쳐. 일단 검 잡는 법을 카인에게 배운 다음에.
무르: 에에, 그거 귀찮아! 잡는 방법이 적당해도 많은 인원이 작전을 세우면 카인을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오웬: 무리인게 당연하잖아. 스무 명의 산적을 상대로 이겼다고 못 들었어?
미틸: 에, 오웬 씨 듣고 있었군요?
(낌새를 얼마나 감추고 들은 건지…….)
그때, 클로에가 문득 엑터 씨의 소맷부리에 눈길을 멈추었다.
클로에: ……어라? 엑터, 상의 소매 부분이 조금 찢어졌어.
엑터: 와아, 정말이다……! 아까 찢어진 걸수도 있어요. 어떻게 하지……. 이렇게 하면 가려질 수 있나?
클로에: 으음, 그렇게 심하지는 않을지도……. 괜찮다면 내가 고쳐줄까? 나, 아직은 아니지만 재봉사거든.
엑터: 그랬었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클로에: 응, 맡겨줘! 이 정도면 금방 끝나니까.
클로에는 엑터 씨의 겉옷을 받아들자 마도구인 바느질 상자를 꺼냈다. 말 그대로 순식간에 바로 꿰매버린다.
클로에: ……좋아, 완성! 자, 이걸로 이제 괜찮아.
엑터: 와아, 감사합니다! 설마 이렇게 금방 고쳐지다니……. 저기, 혹시 지금 건 마법인가요?
엑터 씨가 똑바로 묻자 클로에가 순간 몸을 굳혔다. 조금 망설이다가 긴장된 미소를 짓는다.
클로에: 아…… 그게, 솔기가 어긋나지 않게 하는 마법만. 그런데 그거 말고는 안 썼고 저주도 안 걸었어!
엑터: 아, 아뇨. 그게 아니라! 기적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고쳐졌기 때문에 옷을 고치는 마법을 썼나 하고……. 그런데 거의 손바느질이었군요. 대단하네요, 클로에 씨……. 저, 바느질 하나도 못해요.
클로에: 에헤헤……! 기적 같다니 쑥스럽네!
클로에는 마법사들의 의상을 만들어주고 있거든요. 디자인도 착용감도 정말 좋아요.
카인: 엑터도 우리 서임식 봤지? 그때 우리가 입던 옷도 클로에가 만들어 준 거야.
엑터: 그 멋진 의상을!? 틀림없이 왕궁 장인이 만든 건 줄 알았어요……. 저기, 언젠가 제가 훌륭한 기사가 된다면 저에게도 옷을 만들어 주겠나요?
클로에는 순간 눈을 부릅떴고, 그리고 불꽃이 터질 것처럼 흐뭇하게 웃었다. 밝은 푸른 하늘 아래에서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클로에: 응, 당연하지! 나, 언젠가 서쪽 나라 제일의 재봉사가 되는 게 꿈이야. 그러니까, 지금은 아직 반 뿐이지만……. 훌륭한 기사 엑터에게 어울리는 옷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재단사가 되도록 노력할게!
엑터: 아싸! 저도 클로에 씨의 옷이 어울리는 대단한 기사가 되어 볼게요!
오웬: ……하하, 흐뭇하네.
즐거운 듯 꿈을 말하는 두 사람을 보며 오웬이 다정하게 입술을 치켜올린다.
오웬: 자기가 약한 것도 잊고 분수에 맞지도 않는 꿈을 얘기하고. 둘 다 너무 행복해 보여.
엑터: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5화
찬물을 끼얹는 듯한 말에 엑터 씨가 눈살을 찌푸렸다.
오웬: 뭐라고 했어?
엑터: 그러니까, 그……. 사람이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부러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오웬: 흐응. 그러면 그 꿈은 언젠가 이루어진다고 말했으면 좋겠어? 기사 지망생인데 거짓말을 좋아하는구나.
카인: 오웬, 그만해. 엑터도 오웬은 신경 쓰지 마. 지금은 중요한 경기에만 집중해.
엑터: 하, 하지만…….
오웬은 눈을 가늘게 뜨자 엑터 씨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속삭이듯 웃었다.
오웬: 하하……. 그땐 검을 뽑을 겨를도 없이 기절했으면서 잘도 그런 말을 하네. 아아, 그런가. 지금은 카인 님이 계셔서 조금 강세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카인 님이 너를 지킬 테니까. 뭐, 그 카인 님도 나보다 훨씬 약하지만.
엑터: ……! 네녀석……!
카인: 오웬, 그만하라고 했잖아! 엑터도 진정해……!
오즈: ……오웬.
아직 하늘 높이에 있는 태양을 등지고 오즈가 낮게 이름을 불렀다. 어느새 다시 마도구를 들고 있다. 검자루에 손을 얹는 엑터 씨와 이를 제지하는 카인을 둘러보다 오웬이 훌쩍 물러선다.
오웬: 하하…… 미안해. 사실대로 알려줬을 뿐인데 기분이 상한 것 같네.
엑터: 그 이상 카인 님을 모욕해봐! 내가 너를……!
카인: 엑터! 이 정도는 흔한 일이야.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덤벼.
엑터: 하지만……!
엑터 씨는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 뺨을 분노로 붉히며 자신을 억누르는 카인을 우러러본다.
엑터: 카인 님, 어째서 이런 녀석이랑 있는 거죠!? 같은 현자의 마법사라고 해도……!
카인: 같은 현자의 마법사이기 때문이야. 나도 저 녀석도 이 세상을 구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어.
카인이 불꽃이 도는 엑터 씨의 눈을 들여다본다.
카인: '거대한 재앙' 은 반드시 다시 찾아와. 내 감정 따위는 상관 없어. 그때까지 나는 강해져야 해. 어제 싸운 적이 정치 사정과 전황의 변화로 오늘은 우리 편이 될 수도 있는 거야. 그거와 똑같아.
엑터: …….
엑터 씨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솔직한 사람이라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이해하는 것과 납득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좋아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적과 동료라니, 좋아하는 사람 본인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쉽게 수긍할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개를 숙인 엑터 씨의 등을 레녹스가 부드럽게 두드렸다.
레녹스: 누군가를 위해 화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네가 용감하다는 증거야. 든든했어, 엑터.
엑터: ……아니, 아니에요…….
레녹스: 이제 곧 시합이 시작될 거야. 그 전에 미틸을 잠깐 봐주지 않을래? 검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엑터: 검을?
미틸: 아…… 네! 전에 카인 씨의 검을 봤었는데 너무 멋있어서.
무르: 나도 보고 싶어!
저도 꼭 부탁드려요!
엑터 씨의 기분을 바꾸기 위해 화제를 바꿔줬다는 것을 깨닫고 나도 감히 밝은 목소리를 냈다. 그걸 알아차렸는지 엑터 씨도 몇 번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짓는다.
엑터: 물론이죠. 좋아요. 하지만 지금 들고 있는 것은 연습용이고, 본 시합에는 다른 검을 사용할 거예요.
엑터 씨는 근처에 놓여 있던 자신의 짐에서 검집에 담긴 검을 꺼냈다.
엑터: 이게 본 시합용이에요. 카인 님의 검과 비슷하지 않나요?
그 검을 한 번 쳐다보는 순간 파우스트와 오즈가 약간 눈을 부릅떴다. 무르도 눈을 깜빡깜빡거린다. 오웬조차도 흥미를 끌었던 것처럼 그 검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그냥 평범한 검으로 보이는데…….)
미틸: 확실히 카인 씨의 검과 비슷하네요! 무늬 부분이 비슷해요.
엑터: 그렇죠! 카인 님이 기사단을 떠나신 이후 왕도의 가게에서 발견하고 무심코 사버렸어요.
카인: 헤에, 샀던 시기에 비해서는 꽤 많이 사용했네. 연습을 많이 했구나.
엑터: 에헤헤, 네! 하지만…… 마지막으로 만졌던 건 지난 번 '거대한 재앙' 때예요. 달이 떨어질 정도로 다가와서 거리도 엉망이 되고, 카인 님도 세계를 위해 싸우고 있고……. 그런데 카인 님과 같은 검을 든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카인 님처럼 되고 싶은데, 아무것도…….
엑터: 그래서, 그때부터 이 검을 쓰는 걸 그만두고 대신 소원을 빌었습니다.
소원이요?
엑터: 네! 꼭 오늘 검술 시험이서 이겨서 카인 님처럼 용감하고 강한 기사가 되기를.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이 검을 사용하는 거예요. 이 검으로 무사히 기사의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이걸 계속 제 검으로 하려고요.
클로에: 열심히 바라고 열심히 해왔는걸. 분명 꿈은 이루어질 거야!
레녹스: 아아. 응원하고 있어.
오웬: ……후후. 나도 건투를 빌게.
엑터 씨의 검을 바라보며 오웬은 선혈처럼 붉은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웃고 있었다. 격려의 말과 달리 불길한 여운을 남긴 채 오웬은 사라졌다.
엑터: 뭐, 뭐야 저 녀석……. 건투를 빈다니…….
파우스트: 엑터, 잠깐 괜찮겠나? 그 실전용 검 말인데,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겠나. 마법으로 조금 알아보고 싶어.
엑터: 알아본다뇨……? 이 검을요?
파우스트: 아아. 아까부터 우리가 느끼고 있었던 묘한 기척……. 원인은 아마 그 검이다.
에……!?
오즈: 조금이나마 액재의 기운이 느껴진다. 액재의 영향을 받았겠지.
미틸: 그, 그런…….
애용하는 검에 묘한 기색이 있다고 해서 동요하지 않을 리가 없다. 엑터 씨는 검을 품에 안았다. 그 등에 카인이 안심시키듯 손을 얹었다.
카인: 엑터, 한 번 보게 해줘. 너의 중요한 시험이 액재의 영향으로 망쳐진다면 나도 억울해. 그렇게 강하지도 않고 시작 전에 정화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검을 이쪽으로…….
엑터: 만지지 마!
카인이 검을 만지려던 순간이었다.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운 목소리로 엑터 씨가 외친다. 어리둥절한 침묵이 내렸다. 습하고 차가운 바람이 푸른 하늘에 회색으로 탁한 구름을 실어온다.
에, 엑터 씨……? 왜 그러시나요?
조심조심 말을 건 순간 엑터 씨는 꿈에서 깨어난 듯 눈을 깜빡였다. 다음 순간, 살짝 얼굴빛을 잃는다.
엑터: 시, 실례했습니다 카인 님! 지금, 나…….
엄청난 기세로 고개를 숙이는 순간 종이 세 번 울렸다. 엑터 씨가 고개를 번쩍 든다.
엑터: 큰일났다. 참가자 소집의 종이……. 실례하겠습니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미틸: 엑터 씨, 잠깐만요……! 가버렸다…….
엑터 씨, 무슨 일일까요? 분명히 상태가 이상했는데…….
레녹스: 어쩌면 검의 영향일지도 모릅니다. 쫓아갈까요?
파우스트: 아니, 상황을 봐야겠어. 곰곰이 거론할 수는 있지만, 저 모습이라면 그의 마음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카인: 그건 곤란한데……. 마음이 흐트러지면 검줄이 무뎌져. 중요한 경기 전에 더 이상 동요시키고 싶지 않아. 저 검은 지금까지 별 영향이 없었지?
무르: 아마도! 아까도 카인이 만지려고 할 때까지도 평소처럼 보였고.
그렇다면…… 저도 시합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요. 여러분, 괜찮겠나요?
클로에: 계속 오늘을 위해서 열심히 해왔잖아. 시합이 끝나면 바로 엑터에게 다시 검을 보여달라고 하자!
클로에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첨탑 위에서 악대 나팔이 용맹한 멜로디를 뿜는다. 화려하게 검술 시험이 시작되려 한다.
기사 견습 소년: 하아앗!
기사 견습 소년: 우왓!?
심판: 거기까지!
관객: 둘 다 좋은 경기였어!
관객: 열심히 했네!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환호와 박수가 쏟아진다. 그러면서도 옆 경기 구획에서는 거센 칼부림 소리가 들려온다. 검술시험 참가자는 많았다. 큰 스포츠 대회 예썬처럼 회장은 몇 블록으로 나뉘어져 여러 경기가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들은 엑터 씨가 출전할 예정인 블록에서 다른 사람의 검술 시험을 관전하고 있었다.
클로에: 이긴 금발의 아이, 움직임이 엄청 빨랐어!
레녹스: 하지만 진 키가 큰 쪽도 꽤 좋은 움직임을 하고 있었어. 나중에 실력이 늘겠지.
미틸: 대단한 시합이었어요……! 카인 씨, 지금 경기 보셨나요?
카인: 아아! 아까 하이파이브하러 온 애들 중에 둘 다 있었어. 무르가 '카인의 손을 만지면 승리의 축복이 있을지도 몰라' 라고 큰소리로 말했을 때는 놀랐지만, 덕분에 살았지.
무르: 천만에~! 나도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지만!
참가자가 아닌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현역 기사 같은 사람이라던가, 할머니라던가…….
우리가 소감을 나누는 옆에서 파우스트는 대진표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파우스트: ……다음이 엑터의 차례인가.
오즈: …….
오즈, 무슨 일 있나요?
오즈: ……조금이지만, 조금 전의 마력의 낌새가 강해지고 있다.
에, 그건 즉…….
무르: 엑터가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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